【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비견할 대상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없으면 세계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있었다면 굳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 타이틀을 인도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동남아 국가에 양보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78년 개혁, 개방을 선언한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 신발 및 의류, 완구 산업 분야 등에서 보여온 극강의 경쟁력을 최근 폭증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급격히 상실하면서 질과는 무관한 대량 생산이 특징인 경제로 먹고 사는 국가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상황이 진짜 간단치 않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신발 산업의 현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은 2014년까지만 해도 연 수출액이 600억 달러에 이를 만큼 글로벌 신발 산업 대국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 임금 상승과 당국의 환경 정책 강화 등으로 제반 여건이 나빠지면서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를 만큼 해마다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기에 이르게 됐다. 현재는 상당수 업체들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동남아로 공장을 경쟁적으로 이전하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의류를 비롯한 로테크 업종 분야의 대량 생산 기지로 유명한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의 한 직물공장 전경. 쉴 새 없이 돌아가던 공장의 일감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신발과 별 다를 바 없는 로테크(Low tech) 업종인 의류, 완구 산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업계에서 파산으로 내몰리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해도 좋다.

심지어 동남아 이전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인은 바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베이징의 한 의류업체 사장 선르둥(申日東) 씨가 "좋은 시절은 솔직히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10여 년 전부터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예 생존이 우선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 결과적으로 업체들이 대량 생산보다는 이익을 우선하게 됐다. 현재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업체들도 많다"면서 경쟁력을 돌아볼 틈이 없다고 고백하는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말할 것도 없이 전통적 노동집약 산업의 쇠락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경우 한번은 직면해야 할 숙명 같은 현실이라고 해야 한다.

이른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산업 수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지 않을 경우 진정한 G2라고 하기 어렵다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대책 역시 다방면으로 강구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무원이 지난 12일 산업 대개조를 통해 디지털 국가로 변신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소위 '디지털 경제 발전계획'을 발표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6세대(6G) 이동통신과 빅데이터 산업 등의 활성화를 내건 이 계획은 말처럼 간단치 않다.

전 국력을 기울여 추진한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이 최근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을 거둘 경우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7.8%인 디지털 경제의 비중은 2025년까지 10%까지 대거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진짜 전화위복의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금세기 들어서면서부터 중국은 명실상부한 G1이 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 경주하고 있다. 당연히 산업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보면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해야 하는 것이 속이 쓰릴지 모르나 굳이 이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중국 경제 당국이 앞으로는 양보다 질에 치중하는 산업 업그레이드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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