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19)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푸코의 추’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무려 146년 동안 과학자들의 끝이 없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해 온 이 질문의 해답을 드디어 찾게 되었다. 방사성동위원소가 이룩한 혁혁한 공로의 덕분이다.

아마 현대인 치고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전한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볼 수 있거나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마 있다면 밤하늘의 별자리의 이동을 관찰하면서 이해할 정도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지구의 자전은 다 알지만 증명할 수는 없어

우주과학이 발달된 오늘날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 창 밖으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또한 둥근 모양의 지구를 계속 내려다보면 천천히 돌고 있다는 사실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18, 19세기만 해도 직접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푸코의 추는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장치다. 그러나 이 추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비밀에 싸여 있었다. 그림은 푸코의 추의 원리. [사진=Wikipedia]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북극성이나 한여름에 태양의 지평선에서의 고도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와 그리스 본토가 다르다는 사실을 통해 고대 그리스인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둥근 지구가 자전하고 있는 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문제였다.

물체의 운동이나 힘에 대한 지식, 다시 말해서 역학에 대한 지식이 아직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만약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면 지구 표면에서는 항상 큰 바람이 불고 있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를 반박할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푸코의 추(Foucault’s pendulum)는 진자의 일종으로 1851년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레옹 푸코(Jean Bernard Léon Foucault, 1819~1868)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해 낸 장치이다.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실험으로 증명한 첫 사례가 바로 이 푸코의 추다.

푸코의 추, 지구 자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첫 사례

지구가 스스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에게 눈으로 확인시키기 위해 만든 푸코의 추의 내부구조는 그 동안 과학자나 기술자들의 숱한 추측을 불러일으켜 왔다.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납으로 만든 또 다른 구체가 그 추 속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부터, 도량형 기기가 들어 있을 거라는 억측까지 갖가지 상상력이 발휘된 신비의 대상이었다. 푸코의 추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

그러나 프랑스의 유명 위인들의 무덤인 파리 시내 팡테옹 신전 천장에 매달려 지구의 자전에 따라 진자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이 추는 역사적인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그 구조를 탐색할 엄두를 못내 왔다.

그 구조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것을 잘라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호기심으로 가득 차 참을 수 없었던 프랑스 과학자들은 새로운 조사법을 동원하게 되었다.

방사선 조사법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비파괴검사 방법을 이용했다. 일체 외형에 손을 대지 않은 채 내부구조를 알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방사선 照射 결과 추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러나 더욱 흥미로운 것은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킨 것과는 전혀 별도로 빈 구체라는 것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서 신비스럽게 생각해온 문제의 추 속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철사로 된 틀에 놋쇠로 된 2개의 반(半)구체를 덮어씌운 물체에 지나지 않았다.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실망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그 대단한 신비 속의 기기가 그렇게 단순하게 제작될 수 있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푸코의 위대성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푸코는 ‘푸코의 추’로 더욱 유명해진 과학자다. 그래서 그의 다른 과학적 업적이 가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빛의 입자성을 주장했으며 물 속에서의 빛의 속도를 측정하기도 했다. 진공에서보다 물속에서의 빛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근거로 빛의 입자설을 증명하려 했다.

그는 소위 맴돌이 전류라는 에디 전류(eddy current)를 발견했다. 도체(전기전도체)에 걸린 자기장이 급격히 바뀔 때 전자기 유도에 의해 도체에 생기는 소용돌이 형태의 전류다.

또한 자이로스코프(gyroscope)를 발명했다. 회전체의 역학적인 운동을 관찰하는 실험기구로 회전의(回轉儀)라고도 한다. 이를 이용하여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자이로스코프는 로켓의 관성유도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이 원리를 응용한 나침반인 자이로컴퍼스, 선박의 안전장치로 사용되는 자이로안정기 등 넓은 범위에서 응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레옹 푸코는 자신이 개발한 '푸코의 추'를 통해 지구의 자전을 증명했다.

소설가 움베르트 에코는 ‘푸코의 추’에 신비주의를 집약해

한편 푸코의 추의 비밀이 밝혀지자 보다 큰 실망에 빠진 사람은 과학기술자들이 아니라 ‘푸코의 추’라는 소설을 써 돈방석에 앉은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아닐까 싶다. 그는 이 소설 속에서 푸코의 추를 둘러싼 신비감과 상상력을 함께 담아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푸코의 추에 얽힌 신비스러운 에너지의 비밀을 쫓는 백과사전적 추리소설이다. 성당기사단, 장미십자회, 기호와 암호, 신비주의와 밀교, 중세 기독교의 역사 등 고도로 지적이고 은밀한 퍼즐 등 온갖 신비주의들이 집약돼 있다.

1851년 푸코는 팡테옹의 돔에서 길이 67m의 실을 내려뜨려 28㎏의 추를 매달고 흔들었다. 그러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동면이 천천히 회전하였다. 일반적으로 진자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실의 장력뿐이기 때문에 일정한 진동면을 유지해야 한다(여기서 공기의 저항은 무시하도록 한다).

그러나 진자를 장시간 진동시키면 자전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돌게 된다. 이는 지면이 회전하는, 다시 말해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은 결코 복잡하지 않다. 알고 나면 이외로 간단해”

푸코는 이에 앞서 파리 천문대의 자오선에서 푸코 진자를 첫 공개했다. 몇 주 후 푸코는 더 큰 푸코 진자를 만들었다. 푸코는 이를 파리의 팡테온 돔에 매달았다. 추의 진동면은 32.7시간마다 완전한 원을 만들면서 시계방향으로 시간마다 11도씩 회전했다고 한다.

1851년 판테온에서 사용된 기존의 진자는 1855년 파리의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으로 옮겨졌다. 1990년대 박물관의 재건축 동안 기존의 진자는 임시적으로 1995년에 팡테온에 전시가 되었다.

그러나 다시 CNRS로 다시 돌아갔다. 2010년 4월 진자를 매달은 줄이 끊어져 추는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됐다. 현재는 기존의 진자의 정확한 복제품이 1995년 이후 팡테온 돔 아래에서 영구적으로 진동하고 있다.

지구의 자전은 푸코보다 200년 앞서 일반적으로 믿어온 이론이다. 하지만 모두 이렇다 할 증거나 증명 없이, 심증과 생각, 그리고 빈약한 증거만으로 자전현상을 설명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푸코의 진자 실험은 역사상 최초로 지구의 자전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는 것에서 그 의미가 크다.

자연은 항상 질서정연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과학은 그러한 자연의 비밀을 파헤치는 학문이다. 푸코의 지적처럼 베일을 벗기고 나면 자연의 비밀은 이외로 간단하다. 푸코의 추의 비밀을 벗긴 것은 바로 방사선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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