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지금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전기자동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장 참여를 선언해야 4차산업 혁명 시대의 총아로 통하는 것이 현실일 정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실제로 현재 샤오미(小米)를 비롯해 알리바바, 화웨이(華爲) 등의 대기업은 본업보다 전기자동차 사업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전기자동차보다 더 미래지향적인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Intelligent Connected Vehicle. ICV) 사업에 눈을 돌리는 ICT 기업들은 찾기 쉽지 않다. 겨우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해도 좋다. 잘만 하면 이 시장에서 땅 짚고 헤엄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상하이 푸둥(浦東) 소재의 즈지자동차 본사 전경. 미래 중국 ICV 업계평정을 노리고 있다.[사진=원후이바오(文匯報)]

현재 이 미지의 황금알을 낳는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업체는 누가 뭐래도 즈지(智己)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지는 우선 이 회사를 2019년 11월 공동 설립한 주인공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알리바바와 상하이(上海)자동차그룹, 장장(張江)히이테크들로 막강한 경쟁력이 없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설립된 지 고작 2년 남짓 됐을 뿐이나 위상도 대단하다.

자금 조달 규모를 우선 살펴봐도 잘 알 있다. 설립 당시인 1차에서만 무려 100억 위안(元. 1조9000억 원)을 조달한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때의 실적은 업계에서 지금도 거의 전무후무의 전설로 통하고 있다. 2022년 1월 기준 총액은 최소한 200 억 위안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적 역시 예사롭지 않다.

브랜드 설립 2개월 만에 2종의 신규 양산 모델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더니 지금은 ‘LS7’, ‘L7’을 비롯한 인기 차종들이 시장에서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즈지자동차가 신규 업체임에도 불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원인은 하나둘이 아니다. 대주주 기업들이 각자 자신들의 중점 분야에서 절묘하게 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우선 상하이자동차의 경우는 전통 자동차 제조 기술을 책임지고 있다. 알리바바는 말할 것도 없이 인공지능과 인터넷 기술 등을 제공한다. 장장하이테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반도체 등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접목시켜주고 있다. 업계에서 즈지자동차를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탄생한 ICV 업체라고 평가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IM(Intelligence in Motion)이라는 브랜드와 로고로 더 잘 알려진 즈지자동차는 각 차종들이 장착한 기능들도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아마도 고성능 촬영 기능이 아닐까 싶다.

이는 차량 위쪽 부분에 위치한 카로그(Carlog)라는 시스템에 1억 화소 이상의 실시간 기록 및 공유용 장비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부분의 차량에는 최대 15대의 카메라, 5개 라이다, 12개 초음파 레이더가 설치돼 작동된다고 보면 된다.

카메라의 경우 총 1억5000만 화소로 4K 해상도의 촬영, 연속 촬영, 슬로모션 촬영, 야경 촬영 등에 최적화돼 있기도 하다. 또 180°의 광각 촬영도 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토 마스터와의 크로스오버 합작을 통한 마스터 템플릿 역시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용자가 클릭 하나로 편집 및 공유를 하거나 실시간으로 틱톡에 바로 올릴 수도 있다.

차량 안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도 가능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의 ICT 평론가 선정강(愼正剛) 씨의 부연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는 굴러다니는 스마트폰이라고 보면 된다.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돼 자율주행과 자동 주차 및 호출 기능 등이 구현되는 미래의 신개념 차라고 보면 된다. SNS 기능이 없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스마트 기능들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출범한 지 2년 남짓하기 때문에 즈지자동차의 실적을 디테일하게 거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말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 이뤄진 예약 판매에서 2분여 만에 한도 판매량인 200대가 완판됐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향후 전망은 온통 장밋빛이라고 단언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업계에서는 당장 지금 상장되더라도 시가총액 500억 위안은 가뿐하게 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열린 상하이모터쇼. 즈지자동차 연구개발실 연구원이 ‘LS7’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원후이바오]

당연히 행보에도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및 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 기존에 없었던 완전 신개념 ICV인 ‘IM즈지’를 선보인 것은 이 자신감을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시장에 모습을 보일 경우 수년 내에 연 100만대 이상 판매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의 홈그라운드인 상하이 외의 대륙 전역과 영국 런던에서도 시판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목표를 초과달성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른 전기자동차나 ICV 업체들과는 달리 중국의 테슬라를 자임하면서 조만간 세계무대를 호령할 것이라고 경영진들이 공공연한 입장을 피력하는 것 역시 예사롭지 않다. 아마도 대주주 기업들이 뒷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말할 것도 없이 즈지자동차에도 고민은 있다. 우선 2021년 3월 세계 최대 중국어 인터넷 검색엔진 바이두(百度)가 지리(吉利)자동차와 합작해 설립한 후발주자인 지두(集度)자동차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현실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도 지두자동차는 설립 이후 바이두가 오랫동안 축적한 AI를 비롯해 수년 전 시험에 성공한 아폴로(Apollo) 자율주행, 바이두 지도(地圖) 등의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자동차 제품 형태를 재구성, 벌써부터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조만간 진검승부가 불가피해졌다고 할 수 있다.

바이두에 못지않은 징둥(京東)과 텅쉰(騰訊. 텐센트) 등의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시장 참여도 임박한 현실 역시 즈지자동차를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해도 좋다. 만약 이 기업들이 시장에 예상보다 일찍 모습을 보인다면 압도적 ICV 1위 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은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 연구 인력의 태부족, 갈수록 심해지는 당국의 규제까지 더할 경우 즈지자동차의 앞길은 100% 탄탄대로일 수만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규 시장에 일찍 눈 돌렸다는 사실, 대주주 기업들의 강력한 경쟁력,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현실 등을 감안하면 역시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나 보인다. 업계에서 올해 내에 홍콩 상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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