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부터 트래블룰 준수...양 진영 회원사 모집 경쟁 치열
중소거래소에 줄서기 강요...중복 솔루션 개발 등 비용 부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특금법 시행과 가상자산 시장 변화'에 대한 정책포럼이 열렸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제공]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최근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진영과 빗썸, 코인원, 코빗의 합작사인 코드(CODE) 진영 사이에서 트래블룰 솔루션의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중소거래소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두 진영 사이의 주도권 싸움이 중소거래소들을 대상으로 한 줄서기 강요로 이어지면서 시장 독과점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금법 시행과 가상자산 시장 변화' 정책포럼에서 두나무와 코드의 트래블룰 솔루션에 대한 신경전을 언급하며 "양 진영의 사업자들에 대한 줄서기 강요는 4대 거래소 독과점 가속화, 중견 거래소 트래불룰 시스템 중복 구축 및 과도한 비용부담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래블룰이란 거래소 간 가상자산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가 파악되도록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부과한 규제다.

트래블룰은 그동안 가상자산에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FATF가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2019년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국내에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각 가상자산 거래소는 내년 3월 25일부터 트래블룰을 준수해야 한다.

국내 트래블룰 솔루션은 크게 두가지인데, 두나무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람다256이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와 코드가 구축한 '코드 솔루션'이다.

두나무는 지난해부터 베리파이바스프 솔루션에 대한 참여사를 모집해 현재 업비트를 비롯해 고팍스, 한빗코 등 중소 거래소들이 참여하고 있다.

코드 진영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을 중심으로 회원사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규모면에서는 베리파이바스프가 앞서고 있지만, 국내 주요 거래소 3 곳이 코드 솔루션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열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추가 회원사를 모집하기 위한 양 진영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앞서 지난달 8일 차명훈 코드 초대 대표는 코드 솔루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사의 솔루션이 이용자에게 가장 편리한 출금 프로세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년 두나무 부사장은 지난달 17일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 기자간담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이 개인정보보호에 있어 타사의 솔루션보다 뛰어나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트래블룰 솔루션에 적절할 지 우려된다"며 "두나무도 관련 트래블룰 솔루션 개발을 논의한 적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고 블록체인 기술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트래블룰 솔루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두 진영의 언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불붙었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도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드가 블록체인을 도입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금법 시행과 가상자산 시장 변화' 정책포럼에서 두나무와 코드의 트래블룰 솔루션에 대한 신경전이 중소거래소에 부담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공식 유튜브 갈무리]

정 협회장은 이처럼 스타트업 경영진이 기술적인 사안에 관해 논쟁을 벌이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정 협회장은 "FATF와 특금법은 기술중립적으로, 베리파이바스프나 코드 솔루션이나 혹은 제3의 방식을 사용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트래블룰 준수를 위해서는 법에서 요구하는 송신인 정보와 수취인 정보를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두 연합이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이는 4대 거래소의 독과점을 가속할 뿐만 아니라 중소거래소에 트래블룰 시스템의 중복 구축을 강요하는 등 비용적 부담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각 진영이 상대방보다 많은 거래소를 자사의 트래블룰 솔루션 참여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에 나서면서 중소 거래소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 협회장은 "금융당국은 트래블룰이 조기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민관 합동 작업반을 구성해, 세계 표준 전문 제정과 개정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혁 한창 디지털 전문위원 겸 서울사이버대 교수도 이날 포럼에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25개 기업으로 줄어들었지만 실질적으로 대주주 요건,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트래블룰 솔루션, 은행실명계좌 등을 확보한 곳은 4곳"이라며 "국내 시장은 4개 거래소를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업의 발전을 위해 시장 쏠림현상에 대해 균형을 맞출 법이 추진돼야 한다"며 "시장이 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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