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 '양자 토론' 고수... 이재명 후보 전격 수용, 31일 진행
각 당 향후 개최될 토론회 대비 전략 다듬기와 보완책 마련 분주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대선 후보 간 TV토론이 다자냐 양자냐를 놓고 각 후보들의 이해관계와 셈법이 엇갈리면서 설 연휴 기간 밥상머리 여론 형성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이 27일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간 양자 토론을 다시 고수하면서 설 연휴 기간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참여하는 4자 TV토론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평가다.

당초 설 연휴 전 열릴 예정이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 ‘맞장 토론’이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무산됨에 따라 이번 대선 첫 TV토론은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가 참여하는 ‘4자 토론’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었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의 양자 토론 고수로 안갯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동안의 대선에서 TV토론 성적표는 지지율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예측불허로 흐르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토론회 이후 형성되는 설 민심은 판세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 양자, 4자 토론 상정...각 당, 전략 짜기에 부심

토론회가 안갯속에 빠져들었지만 각 당은 향후 개최될 토론회를 대비한 전략 다듬기와 보완책 마련에 여전히 분주한 모습이다.

토론회를 준비하는 각 당 캠프는 양자 토론은 물론 4자 토론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토론회 이후 지지율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맞장 토론을 준비하던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토론 전략을 보완하고 수정하며 4자 토론에도 대비하고 있다. 토론에 참여하게 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자당 후보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맞장토론’이 무산된 직후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안철수, 심상정 후보까지 참여하는 '4자 토론'을 상정해 제반 사항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6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아들인 방송 3사는 각 당에 설 연휴 기간인 31일 또는 연휴 직후인 2월 3일 4자 토론을 제안했다.

방송 3사 제안에 이재명 후보 측은 “4자든 5자든, 법률이 정하는 상식과 합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방식의 다자 토론을 하면 좋겠다”고 호응했다.

윤 후보 측도 애초 다자 토론에 응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돌연 양자 토론을 제안해 토론회는 혼란스러운 양상이 됐다.

정의당과 국민의당도 방송사 제안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윤 후보 측 양자 토론 고수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4자 토론이 성사된다면...셈법 다른 4인 4색 

4자 토론이 성사될 경우 각 당과 후보들은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지, 진행자는 누구로 정할 지를 놓고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의 대선 후보 토론과 마찬가지로 이번 방송 토론도 각자의 전략에 따라 '한시적 합종연횡'을 하는 등 극명한 차이를 보이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후보는 안철수, 심상정 후보와 보조를 맞춰가며 윤석열 후보를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심 후보와 함께 윤 후보를 공격함으로써 네거티브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셈법이다. 이 후보는 또 성남시장, 경기지사 재직 때의 성과와 실적 등을 부각시키며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예상된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측은 토론이 지지율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 후보의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선명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안 후보와의 단일화 이슈를 이번 토론을 계기로 확실하게 잠재우겠다는 전략도 마련할 것으로 점쳐진다.

안 후보는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상대로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기업인 출신으로 국가 경영에 자신의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임을 내세우며 야권 단일화와 정권교체 모두 자신이 적임자라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기후위기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등을 어젠다로 제시하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자신과 정의당의 색깔과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으로 토론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실수 최소화하고 장점 부각시켜라

각 당 캠프는 후보들이 토론 과정에서 실언이나 잘못된 사실관계 인용으로 그동안 다져놓은 지지세를 깎아 먹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 기간 첫 TV토론인 만큼 ‘실수는 최소화’ ‘장점은 극대화’하면서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짜기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이 후보 캠프는 토론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이 후보가 자칫 '오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윤 후보의 무능력을 집중 부각하는데 주력하면서 역풍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는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캠프는 정제되지 않은 윤 후보의 '말솜씨'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이 후보의 도덕성을 집중 거론하는 동시에 차별화한 정책과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와 심 후보 캠프에서는 안, 심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이, 윤 두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다 정작 자신의 정책 능력을 제대로 내보이지 못하는 실수를 경계하며 상대적으로 깨끗한 도덕성과 국정 운영 능력을 제시하는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윤석열, 양자 토론 제안에 민주당 전격 수용

한편, 윤 후보는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한 뒤 공영 매체가 초청하는 식은 곤란하다는 사법부 판결은 존중하지만 양당이 합의한 양자 토론은 이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후보를 배제하고 양자 구도를 굳히겠다는 윤 후보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이 제안에 민주당은 ‘명분이 약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지만, 오후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후보가 31일 양자 토론을 원한다니 이재명 후보는 31일 양자 토론을 수용한다"고 밝히며 양자 토론을 전격 수용했다.

박주민 선대위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은 "이재명 후보는 법원 판결에 따라 진행될 방송3사 초청 4자 토론회에 참석하고, 윤 후보 측이 제안한 양자 토론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