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창출 압박에 해외생산 원칙 깼다

[트루스토리] 이소연 기자 = 애플은 스티브 잡스 창업주 시절부터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했다. 비참하고 굴욕적인 노동환경 때문에 ‘자살공장’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중국 폭스콘(대만기업)이 대표적 하청공장이다. 국내외적 비난여론이 거셌지만, 잡스는 꿈쩍도 안했다.

그도 그럴 깃이 천문학적인 생산 비용 때문이었다. 연구개발과 디자인은 미국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단순한 조립과정을 인건비가 높은 미국에서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잡스의 판단이었다.

그런 상황을 고집하던 애플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해외생산 원칙을 일정부분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내’ 일자리 창출 압박에 백기투항한 것이다.

필립 실러 애플 수석 부사장은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3'에서 “전문가용 데스크톱 컴퓨터인 '맥 프로'(Mac Pro) 신형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대규모 생산제품은 어쩔 수 없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적은 물량이나마 애플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건, 일정부분 정책변화를 뜻하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에 호응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정적 이유는 오바마 행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ㆍ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이다. 실업 문제 극복에 집중과 선택을 반복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진출(오프쇼어링)해 있는 미국 기업들을 향해 연일 “국내로 돌아와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달라”고 압박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캐터필러는 일본에서, 포드는 멕시코에서, 인텔은 중국에서 각각 미국으로 일자리를 되돌려 왔다”면서 “애플도 미국에서 다시 미국에서 컴퓨터를 생산해야 한다”이고 애플을 강도높게 압박했다.

미국 내 여론도 애플을 겨냥, “천문학적 돈은 벌지만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판적 의견을 견지했다.

결국 애플의 팀 쿡 CEO는 “올해 1억 달러를 투자해 컴퓨터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이날 WWDC에서 처음 공개된 맥 프로가 바로 그 첫 번째 제품으로, 미 현지 언론들은 “앞으로 텍사스주 생산라인에서 조립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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