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3강구도 뚜렷...신세계, 멤버십 도입 등 '디지털 피보팅' 분주
컬리·SSG닷컴·오아시스 연내 상장 추진...시장 흐름 뒤바꿀지 주목

이커머스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크게 성장했다. [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자취 5년 차에 접어든 김수현(27)씨에게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빠른 배송이 필요할 땐 쿠팡, 신선한 과일이 떨어졌을 땐 SSG닷컴, 밀키트로 기분 내고 싶을 땐 마켓컬리. 취미로 피규어를 주문할 땐 네이버를 찾는다.

이 사례는 이커머스 플랫폼에게 있어 킬러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를 보여준다.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소비자를 끌어모을 상징적인 매력 요인이 필요해진 셈이다. 

때문에 올해 유통가의 발은 더욱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는 사업 체질 변화를, 일부는 증시 상장을 꾀하며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쿠팡은 퀵커머스(빠른 배송) 시장의 강자로 입지를 다졌다. [쿠팡]

◇ 팔 걷어붙이는 '이커머스 삼인방'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 신세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의 종합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절반 수준인 약 45%에 달한다.

네이버와 쿠팡은 올해 상위권 굳히기에 돌입한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등 입점 업체를 늘려 상품 다양성을 확보하고, 쿠팡은 대규모 첨단 물류센터를 열어 전국 로켓배송을 실현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새로운 전략을 선보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를 품으며 3강 구도에 합류했고, 온라인 장보기 사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경쟁사와 차별화된 승부수가 필요해진 것이다.

신세계가 꺼내든 카드는 디지털 피보팅(사업방향 전환)이다. 이는 오프라인 역량을 하나의 주요 경쟁력으로 삼되, 또 다른 축으로 디지털 기반의 미래 사업을 마련하는 것을 뜻한다.

업계는 신세계의 유료 멤버십이 디지털 피보팅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멤버십은 혜택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묘수로 꼽힌다.

현재 신세계는 SSG닷컴과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계열사들을 연계한 멤버십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지마켓글로벌의 스마일클럽(가입자 300만명)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상위 업체들의 강세에 추격자들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온은 롯데쇼핑의 백화점과 마트 역량을 결집해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온라인 조직을 모두 이커머스 사업부로 이관하기도 했다.

GS리테일의 경우 최근 요기요와 펫프렌즈 등에 이어 푸드 스타트업 '쿠캣'을 인수했다. 쿠캣의 이커머스 플랫폼 '쿠캣마켓'과 시너지를 내 MZ세대 고객을 끌어모은다는 구상이다.

마켓컬리 샛별배송 차량 [마켓컬리/연합뉴스]

◇ 'IPO 격전지' 된 이커머스

이러한 분위기 속 증시 상장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나선 곳도 있다.

현재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곳은 SSG닷컴과 컬리, 오아시스마켓이다. 새벽배송 등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름을 알린 기업들이다.

먼저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내달 초 예비심사 청구를 신청하고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목표로 설정했던 '상반기 상장'이 가능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이 과정 속 컬리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카테고리 다변화와 자체 상품(PB)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벽배송 외 다른 강점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커리어 성장 지원 플랫폼인 '헤이조이스'의 운영사 플래너리를 인수하기도 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는 "플래너리 인수로 헤이조이스라는 탄탄한 콘텐츠 커뮤니티 플랫폼을 확보하게 됐다"라며 "앞으로 다양한 협업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내면서 양쪽 플랫폼 모두의 고객 플랫폼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SG닷컴은 올해 IPO를 추진하는 기업 중 기업가치가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가 예상하는 SSG닷컴의 '몸값'은 10조원,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각각 4조원과 1조원 수준이다.

이외 이커머스 상위 기업들을 바짝 쫓고 있는 11번가의 경우 2023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때까지 아마존과 협력해 선보인 글로벌 스토어의 상품을 강화하고 모기업 SKT와 운영하는 유료 멤버십 '우주패스' 혜택을 늘리는 데 당분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T의 유료 멤버십 우주패스는 아마존 해외직구 무료배송과 11번가 쇼핑 적립, 구글 드라이브 용량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SKT 홈페이지 갈무리]

때문에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뜨거운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커머스 기업은 고객 '락인'(잠금) 구축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 딜레마에 빠져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올해는 SSG닷컴과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주요 온라인 그로서리(장보기) 업체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어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