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신소비(新消費)나 신유통(新零售)이라는 중국어는 한국인들도 이해하는데 별로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글자 그대로 새로운 소비와 유통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개념은 상당히 복잡하다고 단언해도 좋다. 우선 신소비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비롯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뉴미디어에 기반을 둔 신소비 관계로 움직이는 소비 행태를 의미한다. 20세기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신유통'은 기업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상품의 생산, 유통 및 판매 과정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온·오프라인 유통 방식을 뜻한다. 한마디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총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자본이 많이 몰리는 비즈니스 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다.

베이징의 한 KK그룹의 매장. 젊은 감성에 어필하는 디자인으로 매장을 꾸몄다.[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이 분야의 중국 내 대표적 기업은 누가 뭐래도 지난 2015년 출범한 KK그룹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설립 이후 무려 10번의 엔젤 투자를 유치했다는 사실만 상기해도 진짜 그렇지 않나 싶다. 조달 금액도 엄청나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거의 50억 위안(元. 9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년 내 누적 투자 유치 100억 위안 달성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KK그룹이 설립 7년 만에 업계의 명실상부한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선 자체 브랜드가 4개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멀티 브랜드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종합 생활용품 브랜드인 ‘KK관’과 ‘KKV’를 비롯해 뷰티 브랜드인 ‘더 컬러리스트(THE COLORIST)’, 패션 및 완구 브랜드인 ‘X11’ 등이 주인공이나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수도 엄청나다. 전국 31개 성시(省市) 및 자치구의 200여 개 중점 도시와 인도네시아에 총 7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브랜드별로 보면 ‘KKV’가 가장 많다. 무려 320 개에 이른다. ‘더 컬러리스트’는 250개로 ‘KKV’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반면 ‘KK관’과 ‘X11’은 각각 100개, 21개에 그치고 있다.

상하이(上海)시에 소재한 KK그룹의 한 매장. 젊은이들이 견학을 올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원래 KK그룹의 간판 브랜드는 각종 국산 및 수입 간식, 생활용품 등 3000여 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KK관’이었다. 가장 먼저 출시된 브랜드이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 매장이 줄어들면서 점차 ‘KKV’로 전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발주자임에도 그룹의 주력 브랜드로 올라선 ‘KKV’는 말할 것도 없이 ‘KK관’보다 매장 규모가 더 크다. 판매하는 상품 역시 더 다양하다. 무려 2만여 개의 상품을 취급한다. 이들 중에는 반려동물 용품을 비롯해 토털 스킨케어 제품, 뷰티 툴, 수입 주류, 다기능 마스크 팩, 문구 용품, 패션 액세서리 등도 포함돼 있다. 개성과 신선함, 비주얼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인 이른바 Z세대에게 어필한 것이 승승장구의 비결로 보인다.

‘더 컬러리스트’는 6000여 개 가까운 메이크업 제품을 취급하는 브랜드에 해당한다. 현재 200여 개의 중국산 브랜드와 300여 개의 해외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향후 해외 우명 브랜드들을 더 많이 유치, 젊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X11’은 가장 최근에 출시된 브랜드로 완구류를 판매한다. 피규어를 비롯해 프라모델, 랜덤 박스 구체관절인형(BJD) 등이 주력 상품군이라고 할 수 있다.

신(新) 전통주의 전략을 구사한 것도 KK그룹이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이 전략은 전통적인 소매업에 새롭고 혁신적인 요소를 가미, 소비자에게 업그레이드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창업자 겸 CEO인 우웨닝(吳悅寧. 38)의 아이디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KK그룹은 SNS에 인증샷을 올리고 싶어 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 사업 초창기부터 매장 인테리어와 상품 진열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객의 주류를 이루는 Z세대의 반응이 뜨겁지 않았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대부분의 매장들이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Z세대인 천리나(陳麗娜) 씨는 “KK그룹의 매장은 인스타그램 풍의 인테리어가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상품 진열도 정갈하고 빼곡하게 잘 한다. 종업원들이 친절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매장에서 빈손으로 나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KK그룹의 영업 전략이 정말 탁월하다고 분석했다.

직접 공급업체로부터 판매할 상품을 구매하고 관리하는 이른바 바이아웃 모델을 선택하면서 공급망을 견고히 한 것 역시 거론해야 한다. 이로 인해 KK그룹은 낮은 단가에 상품을 공급받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이외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상품을 관리한다거나 부담스러운 판촉 행사를 지양한 것도 KK 그룹의 성공 요인으로 손꼽힌다. 이에 대해서는 4찬 산업 평론가 저우잉(鄒迎)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KK그룹의 주요 고객은 젊은이들이다. 주먹구구식으로는 이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 4차 산업 기술을 총동원한 경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격보다는 개성이나 품질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가격을 할인해주는 등의 전략도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KK그룹의 영업 전략은 제대로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Z세대의 폭발적 성원을 등에 업은 KK그룹의 매출은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매년 두 배씩 늘어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올해의 경우 30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4년이면 100억 위안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KK그룹의 기업 가치는 약 300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21년에 글로벌 유니콘 순위 72위에 오른 것은 이로 보면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계획 중인 홍콩 증시 상장이 성공할 경우 몸값은 두 배 이상 뛸 것이 확실하다. 이 경우 KK그룹은 유니콘이 아닌 데카콘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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