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엄청난 인구에서 알 수 있듯 시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 때문에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분야든 뛰어들었다 하면 시장의 파이를 조금은 나눠먹을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은 시장이 있었다. 그개 바로 메신저 시장이었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던 텅쉰(騰訊. 텐센트)의 웨이신(微信. 위챗)과 QQ가 시장을 완전 독점하고 있었던 탓이다. 특히 웨신의 존재는 그야말로 그 누구도 넘지 못할 성역이라고 해도 좋았다. 중국 경제 당국이 반독점법에 입각, 규제의 칼을 들이대려 했을 정도였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 본사를 두고 있는 딩딩의 임직원들. 최근 기업 가치의 떡상으로 얼굴 표정들이 다 밝기만 하다.[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그러나 지금은 당국이 굳이 골치 아프게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어졌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최근 이 시장에 웨이신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한 때문이다. 주인공은 4차 산업 분야에서는 텅쉰의 숙명의 라이벌이라고 해도 좋을 알리바바 산하의 딩딩(釘釘.Ding Talk)이 아닐까 싶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존재의 의미조차 미미했으나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웨이신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 만큼 승승장구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

딩딩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만 해도 알리바바가 2014년 5월에 설립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짜 상황이 한심했다. 메신저 시장의 업계 순위가 고작 270위에 불과했다. 웨이신과는 감히 비교할 수가 없었다. 비교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해도 좋았다. 이는 딩딩이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알리바바의 ‘미운 오리새끼’, ‘아픈 손가락’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만 상기해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당초 기업용 메신저로 출발한 딩딩은 하늘이 도와 그랬는지 2020년 초반부터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극적인 전기를 맞게 된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역병의 습격으로 출근과 등교가 불가능해지자 비대면 소통에 특화된 딩딩이 수많은 기업과 학교 이용자들에 의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각종 학교의 온라인 수업용 플랫폼으로 대거 활용되면서부터는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기적까지 일어났다. 역시 통계가 현실을 잘 말해준다. 우선 코로나19 시국 이전에는 1억 명 전후에 불과하던 이용자들이 2022년 6월 말 기준으로 7억 명 가까이를 바라보게 됐다. 딩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 및 학교들 역시 2500만 곳으로 늘어났다. 딩딩이 코로나19의 혜택을 가장 확실하게 입은 4차 산업 기업이라는 말이 업계에 나도는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이처럼 딩딩이 갑자기 떡상의 기적을 연출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우선 딩딩 만이 보유한 특유의 장점이 코로나19 창궐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빛을 본 사실을 꼽을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더욱 확연해진다. 출근 기록을 비롯해 결재 요청, 영수증 처리, 업무 일지 등의 메뉴가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도 아주 적합하게 서비스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니는 회사에서 1년여 전부터 도입한 딩딩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다 이제는 아예 마니아가 됐다는 베이징의 직장인 판청빈(範誠彬)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이전에는 웨이신이 중국에서는 최고인 줄 알았다. 실제로도 다른 메신저를 쓸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국이 도래한 이후 딩딩이 좋다고 판단한 회사 경영진이 단안을 내리면서 상황은 변했다. 처음에는 내키기 않았으나 써 보니 정말 좋았다. 특히 리모트워크(원격 근무)와는 완전 찰떡궁합인 것 같았다. 앞으로는 웨이신보다 더 많이 쓸 것 같다.”

최대 300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한 화상 회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 도 딩딩이 보유한 특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하루 평균 3000만 건 가까운 화상 회의가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회의실 하루 이용자는 1억 명을 가볍게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딩딩이 다소 엉뚱하게도 이용자들에게 ‘메이크업’ 기능까지 제공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재택근무 중인 이용자들의 대부분이 민낯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현실을 고려한 창의성 번득이는 서비스가 아닌가 보인다. 실제로 이 기능을 이용하면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생기까지 돌게 된다. 턱이 V라인이 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다. 직장 여성들이 딩딩에 필이 꽂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딩딩의 예쥔 총재가 최근 자사를 대표하는 원격 수업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미래 교실’의 서비스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매일 평균6000만 명의 학생들이 접속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진=징지르바오]

코로나19 창궐과 동시에 비대면 리모트워크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 발 빠른 대처도 딩딩이 떡상의 기적을 연출한 이유로 손색이 없다. 마치 역병의 도래를 예상이라도 한 듯 각종 서비스의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신속하게 시장에 대응한 것이다. 2021년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통신망의 확충과 클라우드 공간 마련을 통해 출시한 이른바 ‘미래 교실’의 존재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현재 ‘신의 한 수’로 일컬어지는 이 서비스는 전국 400여 개 가까운 도시에서 하루 평균 6000만 명의 학생들이 접속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을 대표하는 원격 수업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딩딩의 일등공신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현재 딩딩의 기업 가치는 최소 100억 위안(元. 1조9500억 원) 전후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라는 점과 웨이신을 바짝 뒤쫓는 현실을 감안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웨이신의 브랜드 가치가 4000억 위안 전후라는 사실에 비춰볼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승승장구로 볼 때 앞으로는 몸값이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1년 내에 두 배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심지어 업계 일부에서는 3, 4배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전제 조건은 있다. 무엇보다 향후 지속적으로 웨이신과 비견될 만한 경쟁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최근 회사 차원에서 공언한 채 뛰어든 디지털 기술 기반 제조업에서도 성공하는 것이 소망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예쥔(葉軍) 총재도 절대로 실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전제 조건이 순조롭게 현실이 된다면 딩딩은 외부의 환경 변화가 아닌 자체의 노력과 능력으로 다시 한 번 더 비상할 기회를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메신저 업계에 웨이신과 딩딩의 양강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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