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경매로 사들여 장기 임대...피해자 최장 20년 거주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등도 요건 완화...전세사기 피해 사각지대 해소

2024-05-27     권일구 기자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 정부가 경매차익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피해를 최대한 회복해 주기로 했다.

피해주택을 경매를 통해 매입하고, 그 주택을 공공임대를 통해 피해자에게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피해자는 최장 20년을 거주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27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한구토지주택공사(LH)는 전세 피해 주택이 경매로 낙찰돼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에 그 지분을 우선해서 양도 받아 경매를 통해 매입하고, 이를 공공임대로 피해자에게 장기 제공키로 했다.

경매 과정에서 정상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한 차익(LH 감정가-경매 낙찰가)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살던 집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재정 보조 등을 통해 10년을 거주할 수 있다.

또 피해자가 이후에도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면 주변 시세 보다 50~70% 할인된 비용으로 추가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해 최장 20년을 살 수 있다.

다만 최초 10년은 소득·자산·무주택 요건을 요구하지 않지만, 추가 10년을 더 살기 위해서는 무주택 요건만 갖추면 된다.

또 임대료를 지원하고 남은 경매차익은 피해자가 거주지를 옮기길 희망하면, 지급해 보증금 손해를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매입대상에서 제외됐던 무허가 또는 건폐율 위반 등의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등도 요건을 완화해 매입함으로써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 주거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특히, 신탁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도 LH가 신탁물건의 공개매각에 참여하고, 매입 시 남는 공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다가구주택은 피해자 전원의 동의로 공공이 경매에 참여해 매입하고, 남은 경매차익을 피해액 비율대로 나눠 지원함으로써 피해자는 보증금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선순위 임차인이 거주 중인 피해주택의 경우에는 경매 시 보증금을 전액 돌려줘야 해 제3자의 경매 참여가 저조했고, 이에 따라 피해자 본인이 낙찰에 나서야 했다.

이제는 공공이 보증금을 인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매입하고, 경매차익을 활용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경·공매 종료, 안전 문제 등으로 피해주택을 매입하기 어려운 피해자에게는 대체 공공임대 주택에 무상으로 거주(10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후에도 계속 거주를 희망하면, 시세의 50~70% 할인된 저렴한 비용으로 추가로 거주(10년)할 수 있게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피해자로 결정되면 임대차계약 종료 이전에도 임차권등기 없이 기존 전세대출의 대환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다른 버팀목전세대출 이용자도 피해자 전용 버팀목전세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지원토록 했다.

기존에는 임대차계약 종료 후 1개월이 경과하고 임차권 등기 후 대환대출이 허용됐었다.

특히, 정부는 피해주택 유형 중 오피스텔이 많은 점을 고려해 전세사기 피해자 보금자리론 지원대상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추가한다.

저소득층이나 신용이 낮은 사람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마련한 대출 상품인 디딤돌대출의 경우, 최우선변제금 공제(소위 ‘방공제’) 없이 경락자금의 100%까지 대출이 이뤄지도록 개선한다.

경락자금은 법원 경매에서 낙찰을 받게 되면 매각허가 결정확정 후 1개월 이내에 대금을 납부해야하는데 이때 금융기관에서 받는 대출을 말한다.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피해주택을 낙찰받는 경우에 디딤돌대출의 생애최초 혜택이 소멸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애최초 혜택도 연기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기로 햇다.

이 때 생애최초 혜택은 금리 0.2%포인트 인하, 담보인정비율(LTV) 10% 우대(70%→80%), 대출한도 확대(2억5000만원→3억원) 등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예방을 위해 임대인의 주택 보유 건수·보증사고 이력 등을 종합한 위험도 지표를 제공한다. 또 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임차인은 임대인 동의 없이도 확정일자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임대인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해 보증금을 상습 미반환한 이력이 있는 악성 임대인 명단도 최대한 공개키로 했다.

또한, 공인중개사의 전세사기 예방 책임 강화를 위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임대차계약 체결 관련 주요 정보를 확인해 설명하였음을 별도로 기록하도록 하고, 중개사고 발생 시 조속한 손해배상을 위해 공제금 지급절차도 간소화 할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은 민생 현안이므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신속히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방안은 당장 주거안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방안은 공공부문이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저가낙찰받은 주택을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것이 주요 골자"라며 "공공이 피해금액을 대신 책임져줄 수는 없지만 전세사기의 피해자에게 당장의 주거안정을 제공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위반건축물에 대한 한시적 양성화 조치 및 위반사항에 대한 수선, 신탁사기 물건도 공공이 공개매각에 참여한다는 것은 눈여겨볼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대로라면 정상적인 주택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특수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피해자 구제조치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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