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모색”...재계 총수들, 새 먹거리 찾아 ‘동분서주’
이재용 삼성 회장, 美 주요 IT 및 AI, 반도체 기업 CEO와 회동 최태원 SK 회장, AI 생태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협업 모색 구광모 LG 대표, 미국 거점 방문해 사업 및 미래 먹거리 논의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재계 총수들이 앞다퉈 글로벌 주요 파트너사와 리더십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그룹 대표 등 총수들이 해외에 위치한 각 사의 주요 계열사를 방문하거나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회동을 이어 가며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총수들의 잇따른 해외 출장은 기업의 경영 역량 향상을 비롯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서로 협력해 기업의 성장 도모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 이재용 회장, 글로벌 빅테크들과 협력 강화 통해 위기 극복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달 중순까지 미국 동부와 서부 등 총 30개 지역을 방문하는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했다.
이재용 회장은 미국의 주요 정보통신(IT)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과 회동하면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CEO와는 차세대 통신분야 및 갤럭시 신제품 판매 등 AI를 활용한 기술과 서비스 방안, 그리고 하반기 갤럭시 신제품 판매 확대 협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말하며 스마트폰 단말기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위상을 키워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에 멈추지 않고 글로벌 IT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메타, 아마존, 퀄컴 등 주요 빅테크 기업 CEO들과 잇따라 만나며 삼성의 향후 비전과 사업계획을 구상했다.
메타의 저크버거 CEO와는 AI와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미래 ICT 산업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아마존 앤디 재시 CEO와는 생성형 AI 및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 대한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과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을,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관계자들과는 파운드리 사업 협력 확대 및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제조기술 혁신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출장과 관련해 “빅테크들과의 포괄적인 협력 노력은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사업계획에 담길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전 계열사 임원들이 주 6일 근무에 동참하면서 비상 경영에 나선 상황이다.
◇ 최태원 회장, AI 및 반도체 분야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만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28~29일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미국 출장길에 나섰다. 미국의 주요 IT, AI, 반도체 등 기업 CEO와 미팅을 이어나가며 AI 및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다.
특히 SK그룹의 ‘AI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AI 시스템 구현에 필수적인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제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 구축에 최적화된 ‘고용량 DDR5 모듈’, ‘엔터프라이즈 SSD(eSSD)’ 등의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AI용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6일 대만에서 웨이저자 TSMC 신임 회장과 회동해 인류에 도움되는 AI 초석을 함께 만들자며 SK의 AI 방향이 ‘사람’에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 AI·반도체 빅 테크 경영진들도 최근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는 AI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최 회장과 빅테크들은 이와 관련한 여러 의견을 나눌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AI 및 반도체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번 출장으로 인해 경영전략회의는 화상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 구광모 대표, 미국 거점 찾아 현지 사업 및 미래 먹거리 논의
구광모 LG그룹 대표는 주요 계열사가 위치한 미국 거점을 방문해 현지 사업과 그룹만의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에 직접 나섰다.
LG그룹의 현지 전진 기지이자 중남부에 있는 테네시주를 시작으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있는 서부의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그룹만의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을 강조한 것이다.
23일 LG그룹에 따르면, 구광모 대표는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구광모 대표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테네시를 찾았다. 테네시는 LG그룹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구축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구 대표는 LG전자 테네시 공장을 찾아 전자 북미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의 고객·경쟁·유통 변화, 통상정책 등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제2공장을 찾아 북미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배터리, 양극재 등 전장 부품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 계획 및 투자 전략을 점검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미래사업 분야를 살펴보고, 이어 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방문해 반도체 설계부터 로봇 등 다른 분야에 이르기까지 AI 밸류체인 전반을 살폈다.
구 대표는 이번 출장을 통해 “지속성장의 긴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과 도약의 빅스텝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재계 총수들이 불확실성이 높은 대내외 환경과 관련해 글로벌 파트너사들을 직접 만나는 이유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 대응 차원 외에도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미팅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이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통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산업동향과 기술발전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재계 총수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대내외 환경에서도 글로벌 파트너사들을 직접 만나며,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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