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적절한 시기에 통화정책 방향 전환 준비”…시장 기대감은 ‘경계’
물가안정 긍정적 평가…금통위원 2명,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도 내비쳐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12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이 하반기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가계부채 등 아직 경계해야 할 요소들은 있지만, 물가안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1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 예상됐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소수 의견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재는 “지난 5월에는 깜빡이를 켠 상황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을 제외한 6명 중 2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의견”이라며 “외환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4명의 금통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외환시장·주택가격·가계부채 등을 통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점검하고 확인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6월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4%로 낮아진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예상했던 것과 부합하는 결과라고 전했다.
그는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물가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저희가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며 “언제 방향 전환을 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미국의 정책 결정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기는 하지만, 국내 금융안정도 그에 못지 않은 고려 사항”이라며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다수 금통위원은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5월에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오를 거로 봤는데, 그때보다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상승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커졌다”며 “가계부채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낮춰가는 게 중요한 만큼 유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거시 건전성 정책 공조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하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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