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영업익 6조원' 삼성전자의 남은 숙제...아픈 손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회복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전망 속 시스템 반도체 분야 적자 지속 시스템 반도체, 전체 반도체 시장 60%...메모리와 달리 '사이클' 영향 적어 AP, 이미지 센서, 파운드리 등 주요 분야서 1위와의 격차 좁히기 '난항'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업계 유일 IDM 장점으로 돌파구 마련

2024-07-16     김민우 기자
지난 9일 열린 삼성전자 파운드리 포럼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호재를 바탕으로 2분기 10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가운데, 부진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는 극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DS) 부문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7조원대의 실적을 기록한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SLSI) 분야에선 7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면서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 각 분야별 시장 경쟁력은 답보 상태에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AP(모바일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은 5위에 머물고 있으며, CIS(이미지 센서)와 파운드리 분야에선 수년간 부동의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1위 기업과의 격차 좁히기는 요원하다.

2년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를 넘어서는 어닝서프라이즈 였지만, 삼성전자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1위를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는 업계 유일 IDM(종합 반도체 업체)의 장점을 살려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 7조원...'시스템 반도체' 올 4분기에야 흑자 예상

삼성전자가 2분기 10조4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반도체(DS)부문에서 6조원대의 실적을 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10조4000억원 가운데 DS 부문에서 6조원대의 실적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가 전망한 부문별 2분기 영업이익은 DS부문이 6조4000억원대, MX·NW(모바일·네트워크) 2조4000억원대,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하만이 9000억원대, SDC(디스플레이)가 8000억원대다. DS 이외 분야를 모두 합쳐도 DS의 영업이익이 2조3000억원 가량 많다.

DS부문에선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각 5조원대,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반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7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란?

반도체는 역할에 따라 크게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로 나눌 수 있다. 반도체는 사용자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때 시스템 반도체는 사용자의 명령을 해석하고, 실제 연산을 진행하는 과정을 맡는다. 메모리 반도체는 작업시 기억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스템 반도체의 대표적인 칩으로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로는 D램, 낸드플래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이 있다.

증권가에선 시스템 반도체가 3분기까지 영업손실이 이어지다 4분기에 들어서야 1000억원대의 흑자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는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8개 분기만에 적자를 만회하게 된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SLSI 분기별 영업손실은 각각 3000억원, 5000억원, 6000억원, 9000억원이다. 올해 1분기 역시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목표로 하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설계(팹리스), 위탁생산(파운드리) 등을 종합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AP 분야에선 점유율 6%로 5위...이미지센서·파운드리선 소니·TSMC와 격차 '여전'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브랜드 '엑시노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현재 주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의 시장 점유율로만 놓고 보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6%(출하량 기준, 카운터리서치포인트 조사)로 5위 수준이다.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2% 증가하긴 했으나 1위인 대만의 미디어텍(40%)과는 6배 이상 차이가 나며, 2위인 미국의 퀄컴(23%)와도 4배 가량 격차가 벌어져 있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에 자사의 AP칩 '엑시노스'를 부분 탑재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시리즈에 엑시노스2200을 탑재한 후 발열과 성능 저하 논란이 발생하면서 2년간 전용 AP칩에 엑시노스를 배제하고 전면 퀄컴 제품을 도입해왔다. 

올해 초 갤럭시S24 시리즈 일부에 '엑시노스 2400' 칩을 사용하긴 했지만 여전히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엔 퀄컴용 AP가 탑재됐다.

이와 관련 타사의 AP 대신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생산한 '엑시노스' 칩이 탑재됐다면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은 더 크게 증가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란?

컴퓨터 본체에는 메인보드라 부르는 초록색 판 위에 CPU, GPU, RAM, ROM 등의 장치들이 장착돼 있다. 반면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에는 이렇게 큰 메인보드를 넣을 수가 없다. 컴퓨터 한 대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하나의 반도체에 집적해 넣은 반도체 칩을 AP라고 한다. 

AP처럼 여러 부품들이 하나의 반도체에 통합돼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형태를 '단일 칩 시스템'(SoC)이라 한다. 스마트폰의 경우 배터리 사용 시간이 중요한 만큼 AP 제조에서는 '저전력'과 '저발열'이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다.

CIS(이미지 센서)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1위 '소니'와의 경쟁력 좁히기가 요원한 상황이다. 반도체 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지센서 글로벌 시장에서 소니는 점유율 55%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대 수준으로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미지 센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디지털 이미지를 생성하는 반도체 칩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소 경쟁을 비롯해 자율주행차나 드론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지 센서가 활용되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소니는 애플, 샤오미, 오포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62%, 삼성전자 13%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 제공=뉴스퀘스트]

파운드리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대만의 TSMC가 62%, 삼성전자가 1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보다 삼성전자는 1%포인트(p) 감소한 반면, TSMC는 1%p 증가했다.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추이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는 고착 상태에 빠져있다. TSMC는 해당 기간 56% 미만으로 점유율이 떨어진 적이 없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2~14% 점유율을 유지해오고 있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한 삼성전자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시스템 반도체 규모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서라도 경쟁력 강화는 절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메모리 반도체의 사이클(주기)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매출의 버팀목으로써 시스템 반도체의 실적 확대가 더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수요와 공급 변동성이 커서 보통 2~3년간 호황을 맞다가 1~2년 불황을 갖는 사이클이 있다"며 "반면에 시스템 반도체는 주문형 시스템으로 누가 얼마나 사는지가 정해져 있어 불황을 크게 겪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실적이 악화됐던 원인도 이 메모리 반도체의 불황 사이클이 맞물린 영향이 크다"며 "DS 부문에서 매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에서의 꾸준한 매출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빅테크 고객사 협업·신기술 선점으로 경쟁력 강화...종합 반도체 기업 강점 '여전'

삼성전자가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갤럭시 버즈3 시리즈'와 '갤럭시 링', '갤럭시 워치 7'을 선보였다. 삼성스토어 홍대점에 열린 체험공간 '갤럭시 스튜디오'에 전시된 '갤럭시 워치 7'를 착용한 모습. [사진=김민우 기자]

삼성전자는 업계 유일 IDM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AP 부문에선 삼성전자 2세대 3나노 공정에서 양산되는 '엑시노스 2500' 성능이 주목된다. 관건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5 시리즈 탑재 여부다.

일각에선 공정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문제로 탑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탑재시 연내 양산이 필요한 만큼 하반기에 추가적인 소식이 나올 전망이다.

앞서 지난 10일 출시된 '갤럭시 워치7'에는 2세대 3나노 공정으로 만들어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웨어러블 프로세서'(엑시노스 W1000)가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징(FOPLP) 기술을 사용해 전력 효율성과 방열을 개선했으며 임베디드 패키지 온 패키지(ePOP) 기술을 사용하여 동일한 칩 위에 램(RAM)과 스토리지를 통합시켰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플래그십 이미지센서 제품 3종.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CIS 부문에서도 신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스마트폰의 메인 카메라와 서브 카메라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플래그십 이미지센서 제품 3종을 공개했다.

특히 '아이소셀 HP9'에는 0.5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픽셀 2억개를 1/1.4”(1.4분의 1인치) 옵티컬 포맷에 구현했다. 삼성전자가 신규 소재를 적용해 독자 개발한 고굴절 마이크로 렌즈를 활용해 빛을 모으는 능력을 향상시켜 각 컬러 필터에 해당하는 빛 정보를 더욱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아울러 애플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6 메인 카메라 센서를 삼성전자가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개발한 고급 CMOS CIS에 대한 최종 품질 평가를 진행 중이다. 최종 테스트를 통과하면 이 센서는 아이폰16 메인 카메라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아이폰용 CIS 센서를 소니에서 독점 공급해온 가운데 이 같은 계약이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의 CIS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리벨리온이 협업해 제작한 NPU '아톰'. [사진=김민우 기자]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종합 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통합 AI 솔루션 턴키 서비스를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턴키 전략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급, 첨단패키징, 테스트까지 고객사의 칩 제조에 필요한 모든 단계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생산 장비를 고려했을 때 삼성전자는 2.5D 패키징 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아울러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과 2.5차원 패키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단 공정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단기간 내에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차근차근 따라간다는 전략"이라며 "반도체 생산의 모든 공정을 담당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인 만큼 장점을 발휘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스템LSI사업부는 제한적인 전방 수요 개선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을 늘려 1분기 9000억원, 2분기 1000억원으로 적자를 크게 줄인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내 2세대 3나노 공정 수율 안정화에 성공해 주요 제품(모바일 AP) 양산을 시작하는 경우 흑자 전환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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