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 '전기차 화재' 불똥 튄 건설업계…건축비 인상 등 악재에 고심

환경부, 국토부, 산업부 등 관련 부처 함께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 조만간 개최 예정 전기차 화재 발생시 '열폭주' 현상 발생...장기적으로 건축물 내구성 문제 불거질 수도 건설사, 소방설비 추가 및 질식소화포 등 제공...하부 관통형 화재진압 장비 등 개발

2024-08-09     권일구 기자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가 옮겨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 전기자동차 시대가 도래 한 가운데,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 자동차에 잇따른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충전 인프라 확충과 함께 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대비한 대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이 누그러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수입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 140대를 비롯해 480여 가구는 전기와 수도가 끊겼으며 피해 규모만 100억원에 달할 정도의 큰 화재였다. 이어 지난 6일에는 충남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 2022년 43건, 지난해 7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총 139건의 전기차 화재 가운데 운행 중 발생한 건은 68건, 주차 중 36건, 충전 중 26건이 발생했다.

정부도 이 같은 전기차 화재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 회의를 진행한다. 환경부는 차관 주관으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개최,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 소식에 건설업계 역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에서의 전기차 화재 발생시 순식간에 1000도가 넘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땐 건축물의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건설사들은 전기차 화재로 자칫 건물 내구성에 문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입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 [DL이앤씨 제공=뉴스퀘스트]

DL이앤씨는 지난 4월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세계 최초 사례로,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 장비를 차량 위치로 이동시킨 후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어 물을 분사하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화재를 자동으로 인지하고 진압을 지시하는 ‘중앙관제시스템’과 직접 화재를 진화하는 ‘진압장비’로 구성된다.

DL이앤씨는 전기차의 경우 화재 발생 시 배터리 온도가 섭씨 1000도 이상으로 급상승 하는 ‘열폭주’ 현상을 보이며 특히 배터리의 경우 보호팩으로 덮여 있어 일반적인 소화기로를 진압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을 완료했다.

삼성물산은 단지 전기차 주차구역에 후면과 양측면을 방화벽체로 시공하거나,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상향식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화재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전용 소방설비를 추가하고 전기차 하부 관통형 화재진압장비도 제공키로 했다.

현대건설은 전기차 화재의 특성을 고려해 전기차 충전 공간에 블록벽을 설치하고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포를 제공 중이다.

대우건설 역시 전기차 화재를 대비하기 위해 지하주차장 설계 기준 정립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6면을 바라보는 CCTV, 3면 내화구조 적용, 스프링클러 기능 상향, 열적외선 카메라 사용, 물막이판 설치, 질식소화포 배치 등이다.

이밖에도 GS건설은 소방법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에 대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며, 중견사인 반도건설은 자동 작동 팬과 질식소화포를 결합한 방식의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진압 설비를 도입했다.

다만, 자금여력이 충분한 대형건설사 위주로 이 같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자칫 잘못하다가는 건축비를 상승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함께 있는 만큼, 관련 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건설사들 역시 전기차 전용 주차장을 마련하는 등 설계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중견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형건설사에 비해 자금력 등이 부족하다보니 전기차만을 위한 화재진압 시스템 등을 마련해 적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을 마련한다고 해도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 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