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미정산 사태에 '발동동'...탈북민∙사회초년생∙부부 사업자까지 '대책 마련' 절실

13일 구 티몬사옥서 피해 판매 및 소비자 연합 '검은 우산' 시위 120여명 넘는 피해자 참석...현장서 피해 사례 소개 및 대응 촉구 취업 기념 여행 준비하던 사회초년생, 30대 부부 판매자 등 피해

2024-08-13     김민우 기자
13일 서울 강남 구티몬사옥에서 열린 '검은우산' 집회에서 티메프 피해자들이 우산에 경영진 규탄 문구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김민우]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아이 둘을 육아하고 오래간만에 여름 가족 여행을 가기 위해 티몬에서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티켓을 구매하려고 했던 저희에게 어떤 누군가는 이득이나 보려고 하는 '티몬 거지'라고 비웃으며 더 큰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완벽한 하루는 아니라도 괜찮은 하루일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큐텐 경영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답변을 해줬으면 합니다" (30대 여성 피해 소비자)

"10살짜리 아들이 이번 사태를 알고 나서 저한테 8000원을 주면서 돈이 없으면 쓰라고 합니다. 주변에선 대출이 있으니 해결됐다고 말하지만 빚이 2억5000만원까지 불어나는 동안 100원조차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에서는 하염없이 기다리라고 하는데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30대 부부 피해 판매자)

"취업 성공 기념으로 가족과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그런 기대와 설렘은 와장창 깨졌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사회초년생이 있는 돈, 없는 돈 아껴가며 모아왔던 1000만원이 공중에서 없어졌습니다. 허울뿐인 자금 지원 환불이 아닌 실질적인 구제 방안을 마련해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많은 사람들 중에 운 나쁘게 걸린 어느 피해자입니다." (20대 여성 피해 소비자)

주정연 티메프 피해 소비자 대표(사진 왼쪽)이 '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지난 7월 중순 터진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2억5000만원이 넘는 돈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에겐 취업 기념 여행으로 가기 위해 모은 돈이자 두 아이를 양육하며 남편과 함께 확보한 사업 자금이었으며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해 조그만한 사업을 꾸려갈 수 있었던 돈이었다.

이들은 이번 사태와 연관이 있는 책임자들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특히나 티메프에서 물품 사업을 진행했던 판매자들은 파산이나 회생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정부에 실효성 있는 긴급경영자금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티메프 피해 판매 및 소비자 연합은 1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티몬 구사옥에서 검은우산 집회를 열며 이같은 피해 사례 소개와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섰다.

이날 현장에는 50대 탈북민 판매 사업자를 비롯해 20대 초반 사회초년생, 30대 부부 공동 판매 사업자 등 다양한 이들이 발언에 나서며 피해 복구를 절실히 호소했다.

티메프 피해 소비자 A씨가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가장 먼저 피해 소비자 박 씨는 어머니 칠순 여행을 위해 티몬에서 구입한 티켓이 무산되며 하루 하루를 고통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남매가 평생 홀몸으로 고생하신 어머니를 위해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었다"며 "언론에서는 환불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겐 여전히 환불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자 댓글에는 "그러게 누가 싼 거 사라고 했냐"는 조롱하는 글도 있었다"며 "가족에게 경제적 짐을 짊어지게 하기 미안해 단돈 1만원이라도 아끼려고 한 것이 조롱거리가 돼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고 말했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 신 씨가 성명문 발표 이후 눈물을 훔치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이어 탈북 후 국내에 정착하며 농산품을 판매하던 50대 여성 신 씨도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신 씨는 "티몬이라는 대기업만 믿고 열심히 판매에 올인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받지 못한 유보금이 1억원이 넘는다"며 "피해 금액이 1억원이 넘어가는 상황인데 정작 여기에 대한 피해 대출 보상은 1800만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을 폐업하게 되면 저희와 관련된 택배 회사는 물론이고 포장 업체, 그리고 저희 직원들까지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될 처지"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 신 씨가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신 씨는 "티몬이라는 대기업만 믿고 열심히 판매에 올인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받지 못한 유보금이 1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사진=김민우 기자]

취업 기념으로 유럽 여행 티켓을 구매한 20대 여성 피해자 정씨도 이날 현장에서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섰다.

정씨는 "사회 초년생이 있는 돈 없는 돈 아껴가며 1년 적금을 부어가며 저축한 1000만원이 공중에서 없어졌다"며 "여행사는 상품을 강제 취소해버리곤 수수료나 재결제를 요구하며 한번 더 좌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제 대행업 PG사들은 여행 상품은 본인들의 환불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책임 전가를 해오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은 카드사와 PG사를 규제 관리해 더 이상 환불 지연을 하지 못하도록 조속히 조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30대 부부 사업자는 이번 사태로 2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피해봤다며 "이 미정산금을 대출로 메워야 한다는 점이 가장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 대출 신청을 했지만 6%가 넘는 고금리에 수수료가 너무 높아 쩔쩔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대출이 나오지 않을까봐 보험과 청약, 심지어는 친정 아버지와 시어머니께 보험대출까지 끌어다 썼다"며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앙에 한순간 불효자가 된 듯 해 너무나 부끄럽고 괴롭다"고 말했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 B씨가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인천에서 온 30대 부부 사업자인 정 씨와 박 씨도 "8년간 티몬에서 생활 잡화 사업을 하다가 이번 사태로 인해 2억5000만원의 빚을 안게 됐다"며 "10년전에 신용회복위원회를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대출 신청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준다는 얘기를 했지만 정작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단돈 2500원도 못받은 상황에서 어떤 곳에 호소를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성토했다.

신정권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출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신정권 대표는 "긴급경영자금은 실상 대출일 뿐이며 대출 신청 자격 요건이 너무 높고 대출 한도제한이 있으며 금리는 6%에 육박해 판매자들을 또 한번 절망에 빠뜨렸다"며 "대출신청 자격요건과 이미 대출이 있는 피해자들은 한도제한으로 인해 이마저도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권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취재 기자들 앞에서 큐텐 경영진과 정부 대책이 미진하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이번 일을 대처하지 않으면 9, 10월에는 연쇄적으로 파산과 회생이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김민우 기자]

피해 판매자 비대위 조사에 따르면 연대 중인 피해 판매자 업체 450개 가운데 15% 수준인 70여곳이 이달내로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파산이나 회생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대표는 "이번 일을 대처하지 않으면 9, 10월에는 연쇄적으로 파산과 회생이 반복될 것"이라며 "실업자가 발생시 실업급여를 포함한 다양한 세금과 같은 기금을 사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조기 조치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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