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가계대출 불안정…한국은행, 기준금리 13회 연속 동결

서울 집값 4년 7개월 내 최대 폭으로 올라 5대 은행 가계대출, 보름 새 4조 2000억원 상승도 동결에 영향 민간 소비 부진 등을 근거로 올해 성장률 전망 2.5%→2.4%로 낮춰

2024-08-22     김민수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올해 하반기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연 3.5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치솟고 있는 집값·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동결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낮출 경우 부동산·금융시장 불안의 부작용이 이자 부담 경감 등에 따른 경기 회복 효과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역대 최대인 미국과의 금리차(2.0%포인트)를 감안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 여부와 인하 폭 등을 확인한 후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원/달러 환율 조정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방어하기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하반기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연 3.5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지난해 2월 이후 13차례 연속으로 3.50%의 기준금리가 작년 1월 13일부터 이날까지 1년 7개월 9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차기 금통위 시점이 10월 11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기준금리(3.50%)는 약 1년 9개월 동안 유지된다.

이로써 한국은행이 설립된 후 횟수, 기간 모두 역대 최장 동결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박과 시장의 기대이 있었지만, 금통위는 부동산·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동결을 결정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과 비교했을 때 0.76% 올랐다. 이는 지난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기조로 인해 7월 이후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대출 금리를 올려왔지만, 아직까지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가나다 순)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19조 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4조 1795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추가로 정부의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물가 역시 아직 목표 수준(2%)에 도달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2.4%에서 7월 2.6%로 높아졌고, 중동사태 등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 폭염 속 작황 부진 등 각종 위험 요소가 여전한 상황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통화 정책 전환의 물가 요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 공공요금 인상 폭을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의 물가 안정 경로가 이탈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화 정책 전환의 부담으로 작용했던 원/달러 환율의 경우 9월 미국 정책금리(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한국과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등으로 최근 1320원대까지 낮아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가 집값과 가계부채 때문에 다시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했지만,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일부가 이날 회의에서 인하를 주장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판단에도 금리를 동결한 이유에 대해서는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을 더 가속할 위험이 있는 반면에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현재는 금리를 동결하는 게 좋지 않은가 하는 게 금융통화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올해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속보치)이 -0.2%를 기록했고, 3분기 들어서도 민간 소비 등 내수 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으로 높았던 1분기 성장률(1.3%)을 고려했을 때 지난 5월에 연간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한 지 석 달 만에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수정한 셈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2년 11월(2.3%) 이후 지난해 2월(2.4%), 5월(2.3%), 8월(2.2%), 11월(2.1%), 올해 5월(2.5%) 등으로 바꿨다.

이날 나온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2.4%는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2.6%)뿐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2.5%)보다도 낮은 수치다.

그 외 해외 투자은행(IB)보다는 골드만삭스(2.3%)보다 높고, JP모건(2.7%), 바클레이즈(2.6%), 노무라(2.5%)보다는 낮은 전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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