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승에도 코스피 못 오르는 이유...우려 커진 반도체 업종 '의존도' 심한 탓

미국 증시 폭락 시 더 크게 떨어지고, 반등 시 소폭에 그치는 악순환 반복 수출 상승 동력 둔화, 대형 반도체 기업의 주가 부진 등 걸림돌로 지목

2024-09-13     김민수 기자
NH투자증권은 미국 증시와 비교했을 대 코스피 지수의 부진 원인에 대해 ▲수출 상승동력 둔화 ▲대형 반도체 기업의 주가 부진 ▲낮아지는 실적 개선 가능성 ▲한국은행의 제한적인 정책 여력 등을 지목했다.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하반기 들어 미국 증시가 하락할 때 한국 증시는 더 큰 폭으로 주저앉고, 미국 증시가 호재로 반등을 해도 한국 증시는 제자리를 못 찾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과 비교했을 때 한국 주가 수익률이 좋지 않다는 점이 불만을 일으키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당분간 비슷한 장세가 이어지더라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일정 기간 상승세를 탄 반면에 한국 증시의 상승폭은 제한되고 있다.

그 결과, 8월 5일 저점부터 8월 말까지 코스피 지수는 9.5%, S&P500 지수는 8.9% 상승하면서 비슷한 반등폭을 보였지만, 애초에 하락폭이 크지 않았던 미국 지수는 7월 연고점 수준에 근접했다.

이달 들어서도 코스피 지수는 경기불황 우려 가중, 외국인 투자자의 강한 매도세 등의 영향으로 연고점(2896.43)에 한참 밀린 2500선에 머물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지수의 상대적 부진 원인에 대해 ▲수출 상승동력 둔화 우려 ▲대형 반도체 기업의 주가 부진 ▲낮아지는 실적 개선 가능성 ▲한국은행의 제한적인 정책 여력 등을 지목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경제 지표는 단연 한국 수출 지표”라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년 대비 수출 증가세는 기저효과의 소멸로 올해 말에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코스피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의존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이고, 2위 SK하이닉스까지 포함할 경우 시가총액 상위 2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가까워진다.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지 못할 경우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도 제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는 연초 이후 4% 하락했는데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기간 17% 하락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이 부각되고 있음에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도 한국 증시 약세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약세를 보이던 원화가 하반기 들어 강세를 띠고 있는 부분도 코스피 상승세를 가로막고 있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국내 수출 기업의 실적 기대감을 축소되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로 기준금리 검토에 들어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달리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 잭슨홀 회의 이후 제롬 파월 의장 등 미국 연준 위원들은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시기라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고,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향후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국내 가계부채 관련 위험성이 높다는 점은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이러한 불확실한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당분간 코스피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시세 차익보다 배당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시행하는 기업이나 업종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금융주(밸류업 관련),  헬스케어·2차전지(금리 인하 수혜, 수급 빈집 효과) 등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방향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업종이 연말에도 더욱 순조로운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모바일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 약세가 확인됐지만, 올해 하반기 남은 기간 동안 고객들이 재고를 소진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반도체 수급 환경이 연말로 갈수록 ‘건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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