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공약에 벌벌 떠는 전 세계 무역시장…한국도 ‘60조원대’ 피해 우려
중국 60% 관세, 나머지 국가 10~20% 관세 적용 시 지각변동 불가피 미·중 정면충돌 우려가 커진 점도 한국 경제에게는 큰 부담 정부 “통상 리스크 신속 대응으로 경제 안정과 기업 이익 방어할 것”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다시 한 번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세계 무역 질서가 큰 혼돈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트럼프는 ‘미국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무차별 관세 폭탄을 예고한 상황인데 만약 현실화될 경우 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전 세계 무역시장이 위축되면서 한국은 무려 60조원대에 달하는 수출 감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 후 공약대로 관세를 인상한다면 세계 무역 판도에 즉각적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엔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 수입 상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중 관세 장벽을 더욱 높이고, EU·캐나다·한국 등 동맹국에까지 보편 관세를 매겨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이다.
문제는 무차별 ‘관세 난타전’ 국가별로 벌어지고, 미국을 시작으로 자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이 강화되면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는 최근 정치 전문 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보편 관세 도입 시 다수 WTO 회원국에 재앙적 일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무역에 1조 달러에 달하는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은 직접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 감소뿐 아니라 관세 전쟁으로 무역에 타격을 받은 중국 등 제3국가로의 수출 감소 피해까지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산 IT 품목에 고율 관세를 매겨 중국 기업 또는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영향을 주면 중국 현지에 반도체 등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FTA가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한화 약 68조 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추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 무역 적자국 중 하나로 한국을 포함해 선순위 무역 압박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 통계를 보면 한국은 미국의 주요 적자국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한국은 지난 2021년까지 10위권 밖이었지만 한국은 이후 꾸준히 순위가 오르면서 올해 1~8월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위에 올랐다.
또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3년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9월도 399억달러의 흑자를 내면서 연간 기준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미 FTA가 존재하지만, 차기 미국 정부가 대한국 무역 압박을 시도할 경우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FTA는 법률에 준하는 외국과의 조약이라서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만 수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집권 1기에 수십 년 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철강 수입 제한을 한 것처럼 다른 방안을 동원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 우려가 커진다는 점 역시 한국 경제에는 불안 요소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가드레일’을 통한 중국과의 ‘경쟁 관리·충돌 방지’ 기조를 중시했다.
반도체·이차전지 등 경제 안보에 직결되는 첨단 전략 산업에는 중국을 배제했지만, 일반 경제 부문에서는 상호 이익이 되는 중국과의 협력 틀을 유지하는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차원의 정교한 접근법을 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반면에 트럼프 진영은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1∼2위 교역국은 나란히 중국, 미국이다. 관리되지 않은 미국과 중국 간의 전면적인 충돌은 두 나라와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불확실성을 드리우게 된다.
현재 정부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통상 리스크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안정과 기업들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그동안 여러 공개·비공개 채널로 국내 국제·통상 전문가,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통상 대응 전략 의견을 수렴하고, 대미 접촉(아웃리치)을 확대해 미국 조야와 네트워크 확대를 도모해왔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한 통상 당국 관계자는 “민감성 탓에 외부 공개할 수 없지만 트럼프 후보 당선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정부 차원의 대응책 논의가 이뤄져 왔다”고 언급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전면적 정책 수정이 있겠지만,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 조치가 정비될 때까지 차분히 상황을 주시하는 게 필요하다”며 “정부와 산업계가 글로벌 산업 전략을 통해 시장·주력 품목 다각화하는 노력을 최대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최근 열린 글로벌 통상전략회의에서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국 대선 이후에도 다양한 고위급 채널을 통해 산업·통상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원활한 경영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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