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어르신 행복하십니까] ① '100세 시대' 입구에서 길을 묻다

100세 행복 연구소 출범 맞춰 우리 사회의 현실과 준비상황 등 점검 예상 못한 초고령사회 현상들 곳곳에서 나타날듯…일본·독일의 사례는

2024-11-28     최석영 기자

2025년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이는 단순히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복지, 정치·경제, 그리고 세대 간 관계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칠 역사적 사건입니다. 이제 ‘100세 시대’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지만, 과연 우리의 어르신들은 행복하게 살고 계신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들을 받아들일 충분하게 준비된 사회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이번 시리즈는 뉴스퀘스트의 <100세 행복 연구소> 출범에 맞춰 초고령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의 현재를 점검하고, 우리 시니어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하였습니다. 일본과 독일 등 초고령사회를 먼저 접한 국가들의 경험을 참고하고, 우리 사회의 강점과 한계를 분석하여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또한 복지 혜택, 돌봄의 현장, 노인 복지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노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방법을 구체적으로 탐구합니다.

시리즈 제목인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어르신 행복하십니까?>는 단순한 질문이 아닙니다. 세대와 관계없이 모두가 고민해야 할 공통의 과제이자, 대한민국이 마주한 새로운 미래의 모습입니다. 이번 연재는 그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챗Gpt가 그린 초고령 사회의 명암 일러스트.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 주위에서 100세가 넘었음에도 정정하게 사시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봅니다. 예전에는 TV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정도의 일이었지만 지금은 “이야! 대단 하시네.” 정도랄까요. 그런데 이를 넘어 100세를 넘기거나 100세 가까이 되신 분들이 창작 활동을 한다면 어떨까요?

우리 보다 10여년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7~8년 전부터 ‘아라한(Around Hundred)’이라는 말이 유행중입니다. ‘100세 전후’라는 뜻의 ‘Around Hundered’를 줄인 일본식 영어인데 100세를 전후한 시니어 작가들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생긴 신조어라고 합니다. 지난 2017년 당시 93세의 할머니 작가 사토 아이코(佐藤愛子)가 쓴 <90세, 뭐가 경사냐>라는 에세이가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제치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큰 화제가 되면서 유명해졌죠. 지금은 넓게는 고령화 세대를 통칭해 ‘아라한’이라고 사용합니다. 사토 작가는 현재 생존해 있으며, 최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년과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에세이 <생각하지 말고 사는 법>을 발간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한국판 ‘아라한’들도 활약중인데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2018년 한국 나이로 97세의 나이에 본인의 편지글과 일기를 모아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에세이를 낸 이옥남 할머니도 작가로서 손색없는 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1970년에 등단해 지금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79세(1945년생)의 이해인 수녀도 풍부한 연륜으로 시 구절마다 세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라한'의 사례처럼 의도된 흐름은 아니지만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초고령사회의 비슷한 단면들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표출되고 있는 듯 합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초고령사회의 현상들이 어떻게 펼쳐질까요. 

◇ 눈 떠보니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의 노인보고서

을사년 새해를 맞는 우리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입니다. 상징적인 사례로 다섯 명 중 한 명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고, 지하철 경로석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늘어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실버와 시니어라는 수식어가 붙은 서비스와 제품들은 넘쳐날 것입니다. 이에 맞춰 국가 경제나 복지 체계, 세대 간 관계도 모두 재구성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대한민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보니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먼저 노후의 삶을 받쳐 줄만한 개인의 소득과 국가의 복지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65세 이상 인구 중 중위소득 50%이하 가구 비율)은 3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이며, 평균(14.8%)보다도 약 2배가량 높습니다. 고령화와 소득구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로 ▲노후소득 부족 ▲자산 중심의 은퇴 생활 ▲가족 부양의 약화가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대다수 노인들의 소득은 생색내기 수준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뿐이며, 주택 자산이 있더라도 이를 활용한 소득 창출이 부족하고, 과거와는 달리 자녀 세대의 부양도가 크게 감소했다는 의미입니다. ​

때문에 연금과 의료, 간병비 등이 포함된 사회보장제도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노령화 속도에 기하급수적인 늘어나는 복지비용으로 인해 국가 재정에도 위기가 찾아 올 것이라는 위기론도 나옵니다. 20여년 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자 복지 예산이 국가 예산의 약 35%나 차지한다고 합니다.​

아이들 대학까지 보내고 집 한 칸 장만하느라 정신없이 살다 보니 60~70세를 훌쩍 넘겨버린 중장년들이 시니어에 진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도 짚어볼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 구조상 1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속한 써드에이지(50~75세)들이 대부분 이 연령대에 속하는데, 이들의 사회적으로 어떻게 자리 잡고 어떤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어렴풋이나마 100세 시대 우리사회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 초고령사회의 선배들, 일본과 독일의 선택

일본은 초고령사회의 교과서입니다. 이미 2007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8%를 넘고, 내년엔 7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노령사회의 문제를 커뮤니티 기반의 케어와 고령층 취업 지원 등에서 찾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커뮤니티 케어란 지역 단위에서 의료, 간병, 생활 지원을 통합 제공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인데요. 다양한 만성 질병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노인들이 치료에서 돌봄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1차의료기관 중심의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를 제공받고, 입원이 필요시 지역 중소병원의 입원진료까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통해 고령자들은 지역 사회 내에서 자립적인 삶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고 의료를 단지 사망률이나 급성기 치료에 국한된 관점이 아니라 돌봄과 함께 전 생애를 포괄하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의료와 돌봄을 연계하는 포괄적 시스템 구축으로 병원 치료 이후의 삶의 문제까지도 연계하는 정책적 배려입니다.

또한 정년 연장을 통한 고령층 고용 확대와 제2, 3의 직장으로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고령층 노동 시장 활성화 정책’도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고령자의 노동 참여는 경제적 부담 완화는 물론 그들의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2%를 초과한 독일의 노인 복지 정책은 증가하는 노인 인구에 재정적 안정, 의료 및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노인들이 독립성과 존엄성,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독일은 모든 퇴직자에게 기본 소득 수준을 제공하는 후한 공적연금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노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시스템과 치매나 장애가 있는 사람과 같이 장기 요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공공 장기요양 보험 프로그램 등 지속 가능한 복지 체계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독일은 보조금을 받는 노인 주택, 요양원을 포함한 노인을 위한 다양한 주택 옵션으로 노인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고, 집에서 노인 친척을 돌보는 가족에게 재정적, 사회적 지원도 제공합니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스마트홈과 로봇 돌봄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10월 서울노인복지센터의 노인자원봉사단인 '서울노인용사단' 어르신들이 강화도 가을 나들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노인복지센터

◇ 100세시대를 위한 제언들

지난달 19대 대한노인회장에 취임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취임식에서 “법적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연간 1년씩 10년간 단계적으로 올리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기준은 지난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경로우대 조항에 따른 것입니다. 벌써 43년이 흘러 현재 평균 수명은 66세에서 83세로 17세가 늘었고,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4%에서 19%까지 높아졌습니다. 내년이면 노인 인구가 20%를 넘고, 2040년에는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됩니다. 이를 감안해 각종 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 노인의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논의를 본격화 하자는 겁니다.

지난 1984년 도입돼 자주 논란을 빚고 있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나 2000년대 이후 도입된 기초연금, 예방접종, 임플란트 지원 등의 기준도 65세 이상인데요.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노인 연령으로 급속 편입되면서 이런 복지제도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KDI에 따르면 노인 연령을 현 상태로 유지할 경우 2054년 이후 노인 부양부담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진다는 분석입니다.

때문에 이 회장의 제안은 매우 일리 있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노인 연령 기준을 바꾸는 데는 넘어야할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가장 먼저 각종 정책 변화도 뒤따라야 하는데요. 당장 연령 상향으로 기초연금 등 복지 혜택을 못 받아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늘어날 수 있기에 고령 노동자 특성을 감안한 일자리 공급과 정년 연장 논의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전 연령층과 각계가 참여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개혁, 그리고 정년연장 문제까지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민간 차원에서도 시니어 산업 활성화로 초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100세시대의 주인공인 시니어가 직접 시니어 산업의 생산자겸 소비자로 나서 시장을 주도하자는 주장입니다. 시니어 산업에서 시니어는 물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니어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그들의 삶을 지원하여, 비즈니스의 영역을 확대하는 선순환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김수형 인하대 노인학과 초빙교수는 “기업의 시니어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인 시니어 계층이 건강한 소비자층을 형성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시니어들의 소득이 뒷받침되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수적이다”라며 “시니어 일자리 모델을 창출해 고령화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면서, 기업의 시니어 관련 비즈니스 분야도 성장한다면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서 비즈니스 가치도 동시에 창출하는 모습이 실현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