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비밀유지계약’ 위반 논란 불거져…핵심 자료 ‘적대적 M&A’ 활용 여부에 시선집중

지난 2022년 5월 맺은 비밀유지계약 체결 올해 5월 종료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영풍과 M&A 관련 협의 6월 이전 시작했을 경우 법적 책임질 수도

2024-12-04     김민수 기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2022년 5월 체결한 후 올해 5월 종료된 신사업 관련 핵심자료들의 ‘비밀유지계약’(NDA) 조항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법적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앞.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2022년 5월 체결한 후 올해 5월 종료된 신사업 관련 핵심자료들의 ‘비밀유지계약’(NDA) 조항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법적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영풍과 ‘적대적 M&A’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계약 위반을 넘어 법 위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조원에 이르는 적대적 M&A를 준비하고, 서로 논의하는 시간은 훨씬 이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일 IB업계에 따르면 MBK와 고려아연의 비밀유지계약 체결이 종료된 시점은 올해 5월이다. 

MBK는 과거 고려아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서 고려아연으로부터 여러 기밀 자료를 넘겨받고 비밀유지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해당 계약서의 체결일은 지난 2022년 5월 17일로 MBK는 그로부터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20개 조항 내용에 서명했다. 

문제는 MBK가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석 달 만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MBK가 비밀유지계약에서 금지하는 여러 사항들을 위반한 것을 넘어 고려아연으로부터 넘겨받은 회사 핵심자료들을 ‘적대적 M&A’에까지 활용했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건 지난 9월 12일이다. 

수조 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M&A 작업에 대한 검토를 넘어 복잡한 경영협력계약까지 체결하고, 수조 원의 차입금을 빌리는 것을 불과 석 달 만에 끝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MBK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풍과 ‘적대적 M&A’ 시도를 시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언론에 공개된 부분 중 가장 큰 논란은 비밀유지계약상 제8조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포함해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서명했다. 

양사가 맺은 계약 8조에 따르면 정보수령자(MBK)는 정보 제공자(고려아연)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결·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하거나,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돼 있다. 

즉, 영풍과의 적대적M&A 논의 등 경영권 관련 협의를 6월 이전 시작했을 경우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MBK 측 주장대로 관련 논의나 협의가 계약 종료 이후에 시작됐다고 하더라고 해당 계약이 종료된 지 석 달 만에 계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한 점 역시 도덕적으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맺은 계약의 9조도 논란이 되고 있다. 

9조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의 임직원은 물론이고, 주요 고객, 주요 공급자와의 논의나 협상 등을 해당 기간 동안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최근까지 거래관계를 유지해왔고 고려아연이 영풍으로부터 연간 1000억원이 넘는 특정 품목들을 공급받아 온 만큼 해당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MBK는 위 조항이 담긴 계약서 내용에 서명하면서 계약 위반 시 손해배상을 넘어 법적책임까지 감수하겠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MBK는 계약 위반에 따른 특정 이행이나 금지 명령에 따라야 하며, MBK의 비밀 유지 계약 위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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