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정치권 대립 속 흔들리는 韓 증시…“두려움 속 투매보다 분할 매수 전략 바람직”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폐기에 정치적 불확실성 가중 코스피 2400선 붕괴되고, 원/달러 환율도 1430원 찍어 각종 악재보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기초체력 등에 집중해야 “한국의 복원력 입증된다면 박스권 하단 충분히 지켜낼 것”

2024-12-09     김민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여야 간 대치 정국이 계속 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는 투매보다 지수 저점에 근거한 분할 매수 전략을 권고했다.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지난 주말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불참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폐기된 가운데 한국 증시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12월 둘째 주 장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2400선 아래로 내려갔고, 원/달러 환율도 1430원까지 치솟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는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펀더멘탈(기초체력) 등을 믿고, 투매보다 지수 저점에 근거한 분할 매수 전략을 추천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 가까이 빠지면서 2380선 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전장보다 6.8원 상승한 1426원에 개장한 후 1430.0원까지 찍은 뒤 142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Worst Case)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코스피가 2300선대 초중반, 또는 그 이하로 언더슈팅(단기 급락)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치적 리스크 진정, 해소 여부가 단기 코스피 등락의 결정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장되면서 국내 증시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당시 금융시장의 충격이 단기적이거나,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잊기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주가가 하락했으나 정치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지준율 인상으로 시작된 긴축 영향이 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도 코스피는 하락했다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반등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이번 비상계엄의 충격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 폭이 크거나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V자 반등은 어렵지만 하락도 제한적인 국면”이라며 “극단적 시나리오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 부분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부터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지수 전반으로 나타나기보다 업종에 국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근거로 외국인 투자자가 비상계엄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을 순매도했지만 KOSPI200 선물을 통해 6000억원 포지션을 확대했고, 연기금이 비상계엄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 순매수(7000억원 규모)한 점을 들었다.

노 연구원은 “국내 정치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경색이나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을 총력 대응으로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주식시장 움직임은 지수 전반으로 나타나기보다 업종에 국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추진해온 국정과제의 동력이 약화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대왕고래 사업,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 방산수출 정책 중심으로 우려감이 나타나겠으나, 마진 보호력이 높은 조선·미디어·통신·소프트웨어와 고배당 종목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정치·경제 특유의 복원력이 입증된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도 박스권 하단은 충분히 지켜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엄령 사태를 한국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한국 민주주의 복원력에 놀랐다는 외신의 시각도 있다”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한국의 민주주의적 회복성(resilience)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례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한국 증시가 디레이팅(평가절하)으로 흐르지 않는다면 2400선 수준에서는 저가매수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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