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서 뒤처질라"...통신업계, 혼란 정국 속 뒷전 된 AI기본법·단통법 폐지 무산에 '한숨'

상정 예정돼 있던 'AI기본법', '단통법 폐지' 모두 무산 글로벌 AI서비스사와의 경쟁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어 통신 3사 주가도 계엄發 '코리안 디스카운트'로 큰 하락

2024-12-11     김민우 기자
 '12·3 비상계엄'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통신업계 발전에 핵심이 될 주요 법안들의 연내 통과가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12·3 비상계엄'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통신업계 발전에 핵심이 될 주요 법안들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 졌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필요성을 강조해온 '인공지능(AI) 기본법'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역시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다.

'전사 AI 도입 가속화'를 추진 중인 통신 3사로선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계엄발(發) '코리안 디스카운트'까지 터지며 이들 기업의 주가가 대폭 하락하며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9일 상정 예정이었던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과 '단통법 폐지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밀려 상정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9일 상정 예정이었던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과 '단통법 폐지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밀려 상정되지 못했다.

AI기본법은 AI 산업 발전을 위한 근거와 책임소재 등 사용 윤리 기준을 담고 있다. 

가짜뉴스, 딥페이크 등 기술 부작용을 방지해 이용자를 보호하면서 국내 AI 기업들이 글로벌 규제에 대비하도록 하는 국내 첫 AI 규범이다.

AI기본법은 당초 여야 간 이견이 없어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지난달 26일 통과됐다. 

이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연내 제정될 계획이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가 국회의 핵심 쟁점이 되면서 처리 순위에서 밀려났다.

단통법 폐지안은 공시지원금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규제를 없애고 일부 이용자 후생 보호 조항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승계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휴대폰 판매점. [사진=연합뉴스]

'단통법 폐지안' 역시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단통법 폐지안은 공시지원금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규제를 없애고 일부 이용자 후생 보호 조항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승계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공시지원금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규제가 사라지면 통신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어 가계 통신비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이같은 국내 통신업계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이 이번 계엄 사태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면서 통신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특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AI 서비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빠르게 AI 관련 법들을 제정하면서 관련 서비스들을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면에 우리나라에선 AI기본법조차 제정되지 않고 있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지난 11월 열린 LG AI 인사이트 2024에서 한해 동안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LG 제공=뉴스퀘스트]

현재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 3사는 올 한해 '전사 AI 가속화'를 전략으로 내세우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KT는 한국형 AI서비스와 AX(AI 전환) 사업을 통해 오는 2029년까지 5조원대 누적 매출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으며, LG유플러스 역시 B2B(기업용) AI 서비스를 중점으로 AX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최근 SK C&C와 함께 'AIX 사업부'를 정식으로 출범하는 등 AI를 미래 먹거리로 선점해 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12·3 계엄' 사태는 통신업계의 향후 전략에 발목을 잡은 데 이어 계엄발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불러일으키며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통신 3사의 주가는 3일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T는 3일 기준 종가 4만8650원에서 이날(10시25분기준) 4만4350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SK텔레콤도 6만원에서 5만6600원까지 하락했으며, LG유플러스도 1만1520원에서 1만950원까지 줄었다. 

하락 비율로 보자면 KT는 3일 종가 대비 8.84%, SK텔레콤 5.67%, LG유플러스 4.95%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대국민 담화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계엄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정국 수습 이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고는 해도 완벽하게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락바텀(Rock Bottom·최저점)에 근접할 정도로 시장이 하락한다는 것은 기업별 약세 요인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역사적 하단에 근접하더라도 추가로 낮아질 위험이 남아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우리 주식시장은 신음하고 있다. 1400만 투자자 중 다수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처해있다"며 "증시 장기 침체는 주식투자자 국민은 물론이고 기업 및 자영업자 환경 악화로 내수 침체를 부추기고 세수 감소도 불가피해진다"고 지적했다.

앤디 리우 S&P글로벌 전무는 "계엄령 선포 이전에는 이러한 정치적 문제에 대한 한국의 리스크가 기업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기업들은 공급망, 재무, 정책 리스크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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