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산업계...삼성·현대차·LG, 내년 미래 전략 '수정·보완' 전념
삼성전자, 17일부터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내년 사업 계획 구상 현대차그룹·LG그룹도 지난주 내년도 계획 점검...사업별 대응 방안 논의 고환율, 트럼프 2기 행정부, 중국 업체 공세 등으로 사업 전망 비우호적 재계, 사업 경쟁력 회복 '강조'..."국정 공백 수습으로 불확실성 대응 필요"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국정 공백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 내년 경영 전략 구상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고환율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며 반도체, 완성차, 2차전지 등 국내 주요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보다 면밀하게 투자계획 등의 사업전략을 수정 및 보완해나가며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계획 구상에 나선다.
가장 먼저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전사와 MX(모바일경험) 사업부가 회의를 연다.
18일에는 VD(영상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DA) 사업부가, 19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회의를 한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회의를 주관하며, 이재용 회장은 예년처럼 사업 전략 등을 보고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제품별 판매 확대 전략, 고환율 등에 따른 리스크 해징 전략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높은 고정비 부담으로 수요 둔화가 이뤄지지만 인공지능(AI) 시장의 견조한 성장에 따라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객별로 차별화한 스페셜티(맞춤형) 메모리 수요 증대가 글로벌 수요부진 영향을 보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5년 스마트폰 및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각각 1.5%, 4.5% 증가가 예상되지만 절대적인 출하량은 과거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특히 무역마찰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둔화될 전망으로 수요 개선 모멘텀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MX 사업부는 노태문 사업부장(사장)을 중심으로 갤럭시 S25 등 내년 상반기 라인업의 판매 전략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플래그쉽 리더십 강화 전략을 점검하고 동시에 중국 공세에 대응한 중저가 제품 확대 전략 등을 모색한다.
TV와 가전 사업의 경우 내년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선보일 신제품을 비롯해 제품별 운영 방안을 점검하고, 삼성 TV 플러스와 가전 구독 서비스 확대 등의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 맞춤 마케팅 전략에도 머리를 맞댄다.
DS 부문의 경우 주요 사업부와 국내외 주요 거점 담당 임원 등이 한자리에 모여 올 한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의 전반적인 부진에 대해 반성하고,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주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점검했다.
업계에서는 내년도 자동차 분야에서 유연한 대응력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 보편적 관세 및 멕시코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의 수익성엔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완성차 관련 공약은 현대차·기아 수익성에 부정적"아라며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은 약 40%대로 기본관세 10% 부과시 차량원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생산시설 확대와 유연한 파워트레인 대응능력을 토대로 영업기반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 4분기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준공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비중을 약 70%까지 늘릴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특히 다양한 파워트레인에서 양호한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어 타 업체 대비 규제환경 및 소비자 선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환율효과로 관세 및 인센티브 부담이 상쇄가능할 것"이라며 "또 2025년 하이브리드차량과 대형 전기차 출시를 통해 시장수요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도 지난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협의회를 열고 올해 사업 성과 및 내년도 경영 과제를 논의했다.
회의 핵심 주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주요 사업별 대응 방안으로 알려졌다. 북미 시장 비중이 큰 LG전자 가전사업에 미칠 영향 등이 주로 논의됐다.
업계에서는 핵심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의 비우호적인 사업 전망으로 수익성 저하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LG에너지솔루션의 실질 수익성은 저하되고 CAPA 확장 투자가 지속되며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이 높다"며 "북미, 유럽시장 친환경 정책과 연계된 전기차 수요 및 주요 고객사별 전동화 전략 변동 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TV용 LCD 사업 중단과 전략고객사 공급망 내 입지 강화로 이익창출력 개선이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OLED TV의 성장세 둔화와 IT용 LCD 시장의 경쟁심화 등을 감안할 때 수익성 정상화에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환율'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한달 앞두고 강달러 기조가 강화되고 정국 불안까지 겹치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축소·관세부과 등을 강조해오면서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등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국정 공백으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기 어려워져 국내 산업계로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는 빠른 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대외 신인도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길 바란다"며 "지금은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같은 날 입장문에서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을 감안해 혼란스러운 정국이 조속히 안정되고, 국정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국회와 정부가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며 "국민경제 일원으로 기업들도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초청으로 경제 5개 단체 간담회가 진행된다.
간담회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류진 한경협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이 참석해 경제계 애로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안한 정국 속에서 주요 기업들이 미래 전략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들뿐만 아니라 주요 상대국과 소통할 수 있는 국정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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