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가결에도 진정되지 않는 원/달러 환율…1440원 선 돌파 위협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로 투자심리 여전히 냉각기 미국, 일본 등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경계 심리도 고조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이달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2주일 만에 36원 상승하면서 1440원 선 돌파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리더십 공백’에 따른 불안감으로 얼어붙은 투자 심리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지난 17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9원 오른 1438.9원을 기록했으며, 이날 오전에도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만 봤을 때 지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가장 높았으며, 비상계엄 선포 전 3일(주간 거래 종가 1402.9원)보다 36.0원 높은 수준이다.
특히 17일 야간 거래 초반에는 1439.8원까지 오르면서 1440원 선 돌파를 앞두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오후까지 1400원 선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해왔다.
다만, 3일 밤 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실제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야간 거래에서 급등해 4일 오전 12시 20분께 1442.0원까지 올랐다.
이후 1410원대에서 움직였던 환율은 7일 윤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1430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 14일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크게 떨어지지 않은 양상을 보이면서 143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은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심리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지만, 경제와 시장으로 전이된 충격의 영향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와 금융시장이 비상계엄 사태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기저에 깔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당장 다음 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태이지만, 탄핵소추안 가결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진 우리나라가 ‘트럼프 관세 위협’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내년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적기를 놓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관한 불안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에 재진입하기보다, 자금을 뺀 뒤 시장 상황을 관망해보자는 입장을 보이면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을 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최근 2주 동안 약 2조 494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추가로 이번 주 미국, 일본 등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시장 경계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오는 17~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연 4.25~4.50%로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98.2%로 내다봤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고, 물가도 더 내려가지 않고 있어서 시장에서는 내년 또는 내후년 연말 목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이는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BOJ)의 경우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데 동결 전망에 엔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이러한 엔화 가치 하락은 일반적으로 같은 아시아 통화인 원화에도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엔/달러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지난 3일 148엔대까지 하락했으나, 17일 한국 주간 거래 마감 무렵에는 154엔대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당국 개입 등 영향으로 아직 1450원 선 아래에서 등락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상단을 1450원 위까지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정치 리스크가 경제·금융시장에 준 영향은 1430~1440원 내외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통상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일 경우 환율이 1450원을 웃돌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중 최고가 기준으로 2022년 10월 25일의 1444.20원이 직전 기록이고, 이를 넘어서면 비교 대상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환율 상승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해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외채를 갚지 못하는 게 외환위기”라며 “현재 외환에 대해 우리나라는 채권국이고 외환 시장 작용하는 데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외환위기에 대한 걱정은 너무 과도하다”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외환시장 대응에 충분하다는 것이 세계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평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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