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공행진에 ‘차익 실현’ 노린 개인 투자자들...미국 달러→원화 환전 액수 증가

이달 1~20일 기준 5대 은행 환전 금액 2억1300만달러 기록 월별 일평균 환전액, 지난해 8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대치

2024-12-24     김민수 기자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가나다 순) 등 5대 은행에서 고객들이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현찰 기준)한 금액은 이달 1~20일 기준 2억1300만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개인 고객이 주요 은행에서 미국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한 액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달러화를 보유해온 개인 투자자들이 달러 강세 현상을 이용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가나다 순) 등 5대 은행에서 고객들이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현찰 기준)한 금액은 이달 1~20일 기준 2억1300만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하루 평균 환전액은 1070만달러로 월별 일평균 환전액 기준으로 지난해 8월(1840만달러)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월 일별 환전액을 보면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4일 2385만달러로 하루 전인 3일(1229만달러)보다 2배 가까이로 불었다.

당일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2원 오른 1410.1원이었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시점이다.

또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직후인 지난 9일 환전액은 무려 2182만달러에 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 고객들이 달러화를 원화로 대규모 환전한 것은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즉,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450원 선을 넘나들자 달러를 보유한 개인들이 단기 고점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해 차익을 실현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이 나온 후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을 돌파했던 지난 19일의 경우 환전액이 1065만달러에 그쳤다.

개인 투자자들이 대외적인 변수보다 국내 변수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이와 반대로 5대 은행에서 고객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금액은 같은 기간 동안 2억3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일평균 환전액은 1180만달러로 지난 8월(1280만달러) 이후 최대였다.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 4일, 9일, 19일에 각각 1933만달러, 2170만달러, 1657만달러 등으로 환전이 다소 증가했지만, 주목할 수준은 아니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환율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고객도 있지만, 이미 상당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구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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