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 “MBK, 고려아연 해외 매각 가능성 있어”…‘사모펀드’에 부정적

리얼미터 ‘사모펀드 및 기업 M&A 관련 국민인식 조사’ 결과 발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견해, ‘긍정적’보다 세 배 가까워

2024-12-24     김민수 기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와 이데일리가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7.5%는 사모펀드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절반이 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모펀드가 국내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최근 사모펀드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밸류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아직 싸늘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와 이데일리가 이달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7.5%는 사모펀드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긍정적이라는 응답(21.9%)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합병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국민 10명 중 6명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사모펀드들이 기업에 대한 인수 과정에서 내세우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등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61.1%에 달했으며, 신뢰한다는 답변은 18.6%에 그쳤다. 

즉, 기업인수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이 내세우고 있는 명분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각한 셈이다.

최근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상 약한 고리를 파고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일부에서 부적절한 잡음이 발생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 사례에서도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 

특히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단기차익 실현 등을 추구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장기적인 성장성 훼손될 것에 공감하는 의견이 60%(60.5%)를 넘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2.5%에 불과했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중국 등 해외로 매각하거나 기술과 핵심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4.8%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2.8%였다.

이와 같은 여론이 형성된 이유는 사모펀드가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고 의견도 있다.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몸값을 올려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 성장성보다는 단기 실적 확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MBK의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는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인수 시도라는 점에서 사모펀드 MBK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 강하게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사모펀드가 할 수 있는 순기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자본을 활용한 구조조정에서 사모펀드는 유동성 공급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경우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 등을 통해 강제적인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것보다 사모펀드를 통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게 더 낫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순기능을 통해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받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 게 사모펀드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모펀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만,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덩치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론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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