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소액주주·시민단체도 집중투표제 찬성”…MBK 측 비난에 반박
집중투표제, MBK·영풍의 주주제안과 마찬가지로 주주가 제안하는 형식 집중투표제 정관변경 안건 통과 시 이를 통한 ‘소액주주 보호’ 가능 “MBK·영풍 측 법률적 주장, 대부분 틀려” 꼬집어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고려아연이 다음 달 임시주총 안건으로 주주친화와 권익보호에 최우선 방점을 두고 내놓은 안건들에 대해 MBK파트너스·영풍이 불만을 표시하자 억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시한 안건들에 대해 ‘이사회 장악’ 계획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는 듯 싶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24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액주주 권익보호 장치이자 이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안인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두고, MBK·영풍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MBK·영풍이 보도자료를 통해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 보호 방안’이라고 규정했으면서도 본인들이 요구한 임시주총에서는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서는 안 된다는 억지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는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속내는 오로지 고려아연을 통째로 넘겨받는 데만 몰두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소액주주·시민단체, 정치권 역시 이를 의무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MBK·영풍은 본인들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춰 소수주주 보호장치를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도입하면 안 된다는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함에 있어서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1주씩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이다. 대표적인 ‘소수주주 보호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높은 지분율을 가진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고, 소수주주 연합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를 내세울 수도 있어 이사회 다양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소액주주단체들은 물론이고, 시장에서도 ‘집중투표제’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소수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 중으로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3월 열린 KT&G와 JB금융지주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집중 투표제를 활용해 본인들이 지지하던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시킨 바 있다.
대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경우 적은 지분율로도 기업 이사회를 뚫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제도인 만큼 집중투표제가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대표적 제도라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MBK·영풍은 물론이고 연기금과 기관, 소액주주 단체 등 소수주주가 추천한 이사 역시 선임이 가능해 이사회의 다양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행 이사회와 최윤범 회장 등 현경영진의 기득권을 상당수 내려놓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은 MBK·영풍의 주주 제안과 동일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전체 주주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단언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다른 소수주주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몰랐기 때문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면 행사했을 수도 있는 이사 후보 추천권을 행사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본인들이 알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안건은 일단 문제제기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라는 것이다.
상법 제542조 7을 보면 집중투표제의 제안은 총회일로부터 6주 전까지 제출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회사와 주주 모두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법으로 명시됐다.
또 상장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는 회사에 집중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것은 해당 상법상 적법하다.
정관변경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라 집중투표청구를 주주제안 할 수 있고, 회사는 이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법조계 해석과 실례 등에 따르면 주주총회에서의 정관 변경 안건은 가결되는 즉시 정관 변경의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후속 안건을 제안하고 주주총회에 상정하는 것 역시 절차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그런데도 MBK·영풍 측은 절차가 하자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MBK·영풍 측이 지난 공개매수 과정에서 2차례에 걸쳐 재탕가처분 제기했다 모두 기각됐던 선례를 떠오르게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정관변경안이 가결됨을 전제로 상법상 6주 전에 주주제안 안건이 상장된 사례가 있다.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이사수 상한 10인 중 9명의 이사가 선임돼 있는 상황에서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 변경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된 바 있다.
2021년 3월 한진의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변경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된 바 있고, 2018년 11월 삼부토건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유사한 안건 상정이 합법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정관 변경 가결을 전제로 후속 안건을 제안하고 상정하는 절차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에 대해 집행 기능의 책임과 전문성을 높이고, 이사회의 감시 기능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 주주권익 보호라는 대의보다는 경영권 확보에만 매몰돼 합리적 제도의 도입조차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소수주주보호 규정 신설과 분기배당 도입, 발행 주식 액면 분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여러 방안들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회사와 주주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이든 수용하겠다는 것이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의 진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MBK·영풍의 집중투표제 비난은 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장애라는 판단에 기인한 듯싶다”며 “MBK·영풍도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함께 회사의 미래성장과 발전을 고민하는 파트너로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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