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어르신 행복하십니까] ⑤ 10년간 1000만명, '뉴 실버' 쏟아진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 본격 은퇴대열 동참, 경제성장 고꾸라질 위기 돌봄 대상이 아닌 생산 주체로 바꾸면 되레 대한민국에 골든타임 될수도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 2025년 을사년(乙巳年)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는 시니어 세대의 주축 교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 705만명이 모두 은퇴연령 진입을 마치고 시니어 세대로 자리 잡은데 이어, 이보다 규모가 큰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세대가 은퇴연령에 본격 합류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단일세대로는 가장 큰 규모인 약 945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지난해부터 법정 정년(만 60세)에 들어섰습니다. 이들은 향후 10년간 순차적으로 은퇴하는데요. 이 기간 동안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들의 본격 은퇴 합류와 함께 저출산 기조를 감안하면 한국은 빠르게 노령화되면서 생산활동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경제성장률이 정체 또는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존의 시니어 세대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뉴실버 세대(New Silver Generation)’인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되레 뉴실버 세대들을 생산 주체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국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 ‘더 낀 세대’지만, 교육수준 높고 IT에도 익숙
2차 베이이부머 세대를 가리켜 ‘더 낀 세대’라고도 부릅니다. ‘마처 세대(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세대)’로 불리는 1차 베이비부머 보다 더 부모의 생활과 경제지원을 책임지는 비율은 높고,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도 크지만 자녀로부터 부양을 받을 것이란 기대는 적어서입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4년 한국 웰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364명을 설문 조사해 보니 73%가 본인이나 배우자 부모의 부양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지원만 하는 경우가 22.5%, 생활지원만 하는 경우는 25.9%, 경제와 생활 모두 지원하는 경우가 25%입니다.
2차 베이비부머들이 부모를 부양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재정적 부담(56.7%)이었습니다.
이어 가족 간의 갈등(39.9%), 일과의 병행 어려움(38.2%)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요양 정보 수집의 어려움, 가족에 대한 죄책감, 상대적 박탈감 및 심리적 고립감도 부양의 주요 애로사항이었습니다.
자녀 양육에서도 자녀가 2명 이상인 2차 베이비부머는 66.1%로 베이비부머(76.7%) 보다 적었지만, 생활지원이나 교육자금 같은 경제 지원이 필요한 나이의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경우가 34.7%에 달했습니다.
이에 반해 자녀로부터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2차 베이비부머는 응답자 중 16.3% 뿐이었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가한 한 연구원은 “2차 베이비부머는 자녀에게 생활이나 경제적으로나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다”라며 “자신의 건강 자립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방법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차 베이비부머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와는 다른 능력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 수준(대학진학률이 1991년 33.2%에서 2001년 70% 초과)이 높고 IT(정보기술) 활용도가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높아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문화·여가 활동이 활발한 점도 이전 세대와는 크게 다른 점입니다.
◇ 2차 베이비부머들 “퇴직은 있어도 은퇴는 없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를 보니 ‘걱정은 되지만 절망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요약됩니다.
우선 한은은 1차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취업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2015~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0.33%포인트 하락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2024~2034년엔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부와 우리 사회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해 내린 결론으로, 정부가 60대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정책을 내놓으면 경제성장률 하락 폭을 0.16%포인트로 완화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2031~2040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3%로 추정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완화 효과는 작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은이 우리 사회의 빠른 노령화를 지적하면서 정부의 발 빠른 대처를 요구한 보고서로 보입니다.
게다가 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법정 퇴직 연령이 되었다고 해서 근로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이들을 생산 주체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국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나옵니다.
이충우 숙명여대 원격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본격화가 위협의 요인일 수 있지만,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국가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 “실버 세대를 돌봄의 대상이 아닌 생산 주체로 바라보고 이를 위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2차 베이비부머와 X세대가 실버 세대로 편입되는 앞으로 10~15년이 되레 대한민국 성장의 골든타임이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