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게임산업 전망①]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올해 도전적인 게임 출시 기대...AI 도입 더욱 늘 것"
"한국 게임산업, 성숙기이자 정체기...성장 위해선 다양한 도전 필요" "확률형 아이템 통한 성장은 사도(邪道)...작품성 통한 정도(正道) 걸어야" "AI 기술 개발에 미치는 영향 커...개발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한국게임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61)가 국내 게임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올 한해 더욱 도전적인 시도가 나와야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뉴스퀘스트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 한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게임 개발의 시도가 증가할 것"이라며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의 적극 도입 및 이스포츠 활성화를 핵심 키워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산업 사이클에서 성숙기는 한편으로 정체기를 의미한다"며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각 게임사들의 도전정신이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위 교수와 일문일답
-지난해(2024년) 게임업계 주요 이슈 3가지를 꼽는다면.
: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 인공지능(AI) 서비스 및 게임들의 등장, 게임회사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꼽을 수 있겠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 같은 경우에는 게임 이용자들의 대규모 소송과도 연관이 깊다. 또 게임회사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엔씨소프트의 적자전환을 들 수 있겠다.
-지난해 게임산업은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 대규모 구조조정 사례를 보자면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게임사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게임사들이 인력 조정을 한 건 지난 30년 게임산업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채용을 줄인 적은 있었어도 대규모로 개발자들을 자른 적은 없었다.
-게임계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가 12년만에 영업익 적자를 기록했다
: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경고했던 내용이 올해 터진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 시기에 주총에 가서 강력히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다. 수익이 많이 올랐으니 그 돈으로 신규 게임 개발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신작들이 나오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도 조직 개편과 신작 개발로 쇄신에 나섰다. 내년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 조금 나아지고 있으나 물음표 쳐지는 것이 있다. 박병무 공동대표가 지금의 위기를 탈출하는데 적합한 인물이냐에 대한 것이다. 박 공동대표의 경우 이전까지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쇄신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게임 회사에서 박 대표가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본다.
-크래프톤 같은 경우에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 지금이 정점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언제든지 엔씨소프트와 같은 위기를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IP로 대성공을 했던 것처럼 크래프톤도 배틀그라운드 IP로 대성장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배틀그라운드 이외의 IP가 성공하지 못했다. 매출이 오르는 건 양적 성장이다.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차기작이 나와야만 한다.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무엇인가
: 예전처럼 대규모 투자만을 통한 게임 개발이 아니라 중간 사이즈 정도의 게임을 여러 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실패하더라도 데미지를 줄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넥슨이 잘하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나 블루 아카이브 같은 신작들이 중박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이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 이제 국내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장난치려고 하는 시도를 원천봉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난 확률형 아이템을 통한 게임산업의 방향은 사도(邪道)라고 본다. 게임의 질을 확률이라는 도박으로 위장시켜서다.
-그렇다면 정도(正道)는 어떤 것인가
: 지난해(2024년) 중국 게임사가 개발한 '검은 신화: 오공'이 정도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오공의 성공은 게임의 높은 퀄리티 때문이지 확률형 아이템 때문이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확률형 아이템을 원하는 유저들이 있어서 게임사들이 이에 맞춘 게임을 내놓았다는 반박이 있을 수도 있는데
: 이렇게 한번 보면 이해가 쉽다. 길거리에서 누군가 불량식품을 팔았다고 해보자. 그래서 불량식품 피해자들이 폭증했다. 그렇다면 누가 문제인가. 공급자인가, 이용자인가. 공급자가 문제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7년전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회사들이 자율적으로 공개하자는 제안을 했었다. 그러나 어떤 회사도 호응을 하지 않았다.
-그간 게임사들의 비즈니스 모델(BM)이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는데, 이번 제도 시행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 확률형 아이템도 나눠서 볼 수 있다. 장식용 아이템은 문제가 안된다.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형 아이템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다. 이런 반문도 가능하다. 확률형 아이템이 많지 않은 원신 같은 게임의 연 매출이 2조원에 달한다. 예전에는 이같은 흥행력이 있는 게임들을 한국이 만들었는데, 이젠 중국 게임사들을 얘기하는 상황까지 왔다.
-AI 서비스를 지난해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 개발에서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디자인 작업이나 원화, 그래픽 작업 심지어는 기초적인 개발 작업도 AI로 훨씬 쉬워졌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게임사들이 고용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향후에 회사 성장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AI가 게임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인가
: 게임 개발 전반에 AI가 등장했다는 것은 개발자, 특히 하급 개발자들을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 개발팀의 사이즈가 줄어들 수 있다. 심지어는 한 사람이 AI를 이용해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AI를 통한 게임사들의 수익화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 기본적으로 개발 비용 측면에서 AI가 기여할 수 있는 거지 통신사들처럼 AI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정치적 이슈가 게임 산업에도 영향을 종종 미치기도 한다. 이번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가 미친 영향이 있다면
: 게임 산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보자면 게임 플레이 시간 단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본다. 계엄 이슈는 게임보다 훨씬 더 임팩트가 있는 사건이니깐. 그리고 또 하나는 환율이다. 환율이 오르면 기업들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데, 계엄 이슈로 타격이 갈 수도 있다.
-올해 게임산업의 핵심 키워드 세 가지를 꼽는다면
: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게임 개발 시도의 증가, AI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 이스포츠 활성화를 꼽아볼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 올해부터는 대형 게임사나 중소 게임사 모두 확률형 아이템이 주가 되지 않는 방식의 게임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효율성을 늘리기 위해 AI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게임 출시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스포츠 성장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 올림픽 시범 종목 등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그러한 이스포츠 산업 주도권을 한국이 계속해서 쥘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이유가 무엇인가
: 이스포츠 저변이 확산됐지만 그 가운데 한국 게임사들의 지분이 어느정도 되는가. 게임도 그렇지만 방송, 경기장, 플랫폼도 대부분 외국 소유인 상황이다. 우리 게임으로는 FPS(1인칭 슈팅 게임)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진 전략 시뮬레이션 계통에서의 성공은 어렵다는 생각이다.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 각 게임사들의 역량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혹자는 규제 완화나 강화를 말하기도 하는데, 원래 게임 산업은 정부 지원 없이 성장한 사업이다. 정부가 돈을 안줘서 게임 산업이 못 큰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시프트업이 내놓은 스텔라 블레이드 같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게임사들의 창작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게임산업이 어떤 국면에 와있다고 보는지
: 이제 성숙기로 들어왔다고 본다. 한편으로 성숙기는 정체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결국 게임사들의 도전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물론 인디 게임 육성에서는 정부가 도와줄 부분이 많다고 본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올해 계획이 있다면
: 학회장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게임 산업계가 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