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실적 향방 가른 HBM ‘사활’...6세대 개발 앞당겼다

6세대 HBM4, 개발 시점 6개월 앞당긴 올 상반기 샘플 생산 엔비디아 차세대 AI가속기 출시 시기 등 시장 수요 대응 SK하이닉스, 지난해 D램 실적 중 HBM이 30% 이상 뒤쳐진 삼성전자, 자체 공정 기술 적용해 승부수

2025-01-16     황재희 기자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을 두고 치열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양 사 모두 연내 개발 완료하기로 한 6세대 제품인 HBM4 샘플 출시를 6개월 가량 앞당기는 움직임이 감지되서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인공지능)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제품으로, 이전 세대인 5세대(HBM3E) 제품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그럼에도 양 사가 HBM4  조기 개발에 사활을 건 이유는 일반 D램보다 고부가 제품인 HBM 판매 비중이 메모리 사업 실적 희비를 가를 만큼 핵심 제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AI(인공지능)칩으로 불리는 HBM의 세대 교체가 올해 5세대(HBM3E)에서 6세대(HBM4)로 전환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기 제품 개발 속도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HBM은 일반 D램을 층층히 쌓아올려 고용량· 고성능을 구현한 고부가 메모리다.

AI 데이터센타 증설에 뛰어드는 빅테크들의 수요에 힘입어 AI가속기 판매가 늘며 핵심 부품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양 사는 당초 엔비디아의 신제품 GPU(그래픽처리장치) '루빈' 로드맵에 맞춰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HBM4를 개발해왔다.

그러나 양 사 모두 6개월 가량 앞선 올 상반기 내에 샘플 생산을 완료하고 하반기 대량 생산에 나서는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엔비디아가 지난해 말 내놓은 '블랙웰'이 발열 이슈로 논란이 된 상황에서 '루빈'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할 필요가 커졌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에게도 루빈 성능과 품질을 충분히 테스트 하기 위해 GPU에 탑재할 HBM4 개발을 빨리 해달라는 요청이 같을 거고 양 사도 이를 고려해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5세대 HBM3E가 12개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GPU 블랙웰과 달리 차기작인 루빈에는 6세대 HBM4가 8개 탑재된다.

적은 수량으로도 이전 5세대 버전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66% 더 빠르고 전력 효율도 개선되며 빅테크들의 수요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급한 건 삼성전자다. 5세대 제품인 HBM3E의 퀄(품질) 테스트가 해을 넘겨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차기 제품인 6세대 HBM4에서는 승부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져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엔비디아의 1순위 벤더사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제품 양산을 위해 올 6월내 테스트용 HBM4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 초에 대량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6세대인 HBM4는 5세대 제품과 기술적 연계성이 높지 않아 승산이 있겠다는 계산에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5세대 제품에 적용하지 않은 10나노(nm· 10억분의 1m)급 1c D램을 HBM4 코어 다이로 활용하고, 로직 다이는 자체 4나노 공정 기술을 적용해 차별화한다.

기존 1b 대비 동작 속도는 11%, 전력 효율은 9% 개선되고 생산성도 30% 이상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키징 기술로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 고용량에 따른 발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사진=SK하이닉스]

다만 SK하이닉스는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먼저 거래를 트고 HBM4 협상에서도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평가된다.

지난해 3월 말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가져간 뒤로 같은 해 9월 HBM3E 12단 양산을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단수를 높인 HBM3E 16단 시제품을 양산, 상반기 고객사 공급을 계획하고 있으며 다음 세대인 6세대 HBM4 선제 개발로 주도권을 잇겠다는 목표다.

양 사가 차세대 HBM4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는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가 지난 4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DS)를 추월한 것도 HBM 선점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2024년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냈다. 이 가운데 가전과 모바일 등을 제외한 DS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약 3조원 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앞선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삼성 DS사업부 실적의 2배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실적 향방을 가른건 HBM이다.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중 HBM은 30%에서 최대 40 %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D램에서 HBM 매출액 비중은 40%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에 힘입어 8조1000억원의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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