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 '중소형' LGD '대형', 전략 달라도 'OLED'로 승부수
中 패널 업체 공세에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 저성장 고부가가치 OLED 패널로 기술 차별화 삼성D, 8.6세대 투자...노트북 등 IT용 생산능력 확대 대형 패널 내세운 LGD, 초대형·프리미엄 TV 시장 공략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 】 삼성디스플레이(삼성D)와 LG디스플레이(LGD)가 중국 패널 업체들을 따돌릴 전략으로 각각 중소형과 대형 패널을 택했다.
전략은 다르지만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업체가 장악한 LCD(액정표시장치) 대신 기술적 차별화를 부각시킬 수 있는 고부가 패널인 올레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D는 스마트폰 패널 제조에서 쌓아올린 기술력을 노트북에 구현하며 IT용 올레드 패널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반면 LGD는 대형 올레드 패널 경쟁력을 활용해 TV용 올레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D와 LGD는 올해 디스플레이 업계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를 타개할 전략 실행에 나섰다.
먼저 LGD는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TV용 대형 LCD 패널 생산시설을 현지업체인 CSOT에 매각하며 TV용 LCD 사업에서 과감히 철수한 대신 올레드에 집중하기로 했다.
최근 기술 설명회에서 AI(인공지능)TV 등에 탑재되는 4세대 대형 올레드 기술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행보다.
LGD는 고강도 인력 감축과 원가 절감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831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도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보니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침체로 스마트폰 등 IT 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부진한데다 중국 패널 업체의 공세가 여전해 경쟁 강도가 높아서다.
정철동 LGD 사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 지난 16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4세대 올레드 패널 기술 설명회에서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은 저성장 기조 속에 공급과잉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전폭적 신뢰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 정부의 지원에 힙입어 2021년부터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을 추월한 후 격차를 더 벌려나가는 추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및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중국과 한국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각각 36.7% 와 36.8%로 엇비슷했으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국 52.5%, 한국 30.2%로 간극이 22% 이상 벌어졌다.
LGD는 중국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TV용 대형 올레드 패널을 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D의 TV용 패널 매출은 약 4조2600억원으로 전체 실적의 22.7%를 차지하고 있다.
IT용 패널(약 7조2400억원), 모바일용 패널(5조6100억원)이 각각 38.6%와 30%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적지만 오히려 여기서 추가 성장 기회를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글로벌 TV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데다 중장기적으로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초대형, 프리미엄 TV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패널사들이 LCD에 집중하느라 아직까진 기술력에서 국내 대형 올레드 패널 생산 기술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도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도 2022년 TV용 올레드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 강도는 세졌다고 볼 수 있지만 올레드 TV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LG디스플레이는 모바일 패널 고객이 제한적인데 반해 TV용 패널은 LG전자외에 삼성전자에도 공급하는 등 고객이 다양한 점도 추가 성장 요인"이라고 말했다.
LGD가 대형 올레드 패널을 전략적으로 밀고 있다면, 삼성D는 노트북과 태블릿 등 IT용 올레드 패널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D는 최근 CES 2025에서도 자사 제품 전시관에 오는 4월 레노버에서 출시할 노트북용 롤러블 올레드 패널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그간 삼성D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생산하며 쌓아온 다양한 올레드 기술력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IT용 올레드 시장 주도권을 위해 삼성D가 적극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아산에 짓고있는 8.6세대 올레드 공장 투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해당 공장에선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노트북과 태블릿 등 IT용 제품에 탑재할 올레드 패널 양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8.6세대는 기존 6세대에 비해 공정에 들어가는 유리기판 사이즈가 더 커 생산 효율성이 2배 가량 높아진다.
삼성D의 이같은 투자는 모바일 외에 IT 제품에서 올레드 투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애플이 올레드를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를 첫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2026년에는 올레드 패널로 만든 맥북과 폴더블 아이폰 2종도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다만 삼성D 외에 BOE나 비전옥스 등 중국 경쟁사들도 IT용 8.6세대 올레드 생산시설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앞으로 경쟁 강도가 높아질 수 있는 점은 극복해야 할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도의 기술 개발로 중국 패널사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전장(자동차전기부품)용 등 고부가가치 사업영역 확대를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