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일의 IT직설] 국민기업 카카오가 추락한 이유
【뉴스퀘스트=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지난해 카카오는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주가는 연중 최고가에 비해서 반토막이 났고, 카카오 노조는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 영어 이름)은 각성하라"라는 피케팅까지 했다고 한다.
카카오는 월간 활성이용자(MAU)가 5000만이 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서 택시호출서비스 1위인 카카오 모빌리티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 라이프플랫폼'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창업주가 SM 주가 조작혐의로 구속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위원회 등으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시련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비슷하게 창업한 네이버가 안정적인 경영과 함께 국내 포털서비스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장면이다
무엇이 카카오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것인지 카카오의 추락은 정말 아리송하기만 하다.
카카오 위기의 시작은 2022년 10월15일 경기도 성남시 SK C&C데이터센터 화재로 시작됐다.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들이 모여 있는 데이터센터 내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서버들이 작동불능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통상 데이터센터 내에 있는 배터리실은 비상시 가동될 수 있도록 별도의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하고, 특수 소방설비가 작동되도록 설계가 돼야 한다.
하지만 건물의 구조적인 이슈인지 몰라도 배터리실 화재로 인해 정전이 되고, 카카오의 인터넷 서버도 작동 불능이라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애당초 해당 SK C&C 건물이 사무실 용도에 지어진 건물이라서 데이터센터 용도로 부적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어쨌든 SK C&C와 카카오간의 책임소재를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미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되는 등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카카오 고위관계자는 입주해 있던 데이터센터의 화재를 예상하지 못한 듯 언론에 데이터센터 화재는 예상 시나리오에 없었다고 무책임한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신속한 재난복귀를 위해 과기부장관이 직접 사고대책 수습을 맡도록 지시하는 등 그 파장이 상당했다.
또한 통상 인터넷 기업의 경우 재난에 대비한 서비스 이원화, 서버 이중화 계획을 갖고 있어서 당시 데이터센터 화재 시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가 바로 복구된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가 됐다.
카카오가 기술에 기반을 한 인터넷 기업치고는 허술한 경영을 펼쳐왔다는 취약점을 노출하고 만 셈이다.
결국 2022년 말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는 '카카오먹통'에 대해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해 이용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글로벌 기업과 동일 수준의 사고 대책을 수립하고, 재해복구 시스템을 의무화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국회국정감사에 단골로 불려나온 김범수 창업주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공정거래위원위원회는 2023년 2월 자회사 가맹 택시회사들에게 콜을 몰아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서 시정명령과 함께 과장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앱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택시를 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회사 택시에게 유리하게 작동했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4년 5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익명대화방)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시중에서 불법유통된 사건에 대해서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과 과태료 78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개인정보위원회는 카카오가 이용자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고 신고유출통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가장 큰 시련은 2024년 7월23일 김범수 창업주(경영쇄신위원장)가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인 SM 인수과정에서 주가조작혐의로 구속된 일이다.
김범수 창업주는 벤처1세대로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의장과 함께 국내 인터넷 서비스를 개척해 왔다. 온라인 게임업체를 만들고 당시 PC방 업체 사장들에게 자사 게임을 성공적으로 어필해서 사업성공을 거둔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만큼 창업주가 구속된 사건은 엄청난 파장이었다.
당장 카카오 및 주요 계열사 주가는 창업주 구속에 따라 곤두박질쳤다. 카카오 사업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그만큼 민감했고 부정적인 시장 전망도 연거푸 터져 나왔다.
네이버와 대비되는 시련의 길을 걷고 있는 카카오에는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김범수 창업주는 우선 선이 굵은 인물이다.
퇴직금으로 창업자금을 마련해서 PC방부터 시작한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리고 국내 벤처1세대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평소 본인을 닮은 성공적인 벤처사업가를 20명 이상 양성하겠다고 공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카카오 경영자들은 창업주를 추종해서 돈이 되는 사업과 자본 유치만을 생각하고 외형적인 경영성과만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업공개를 통해서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받는데에만 몰두했다고 카카오출신들은 비판했다.
기업이 영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경영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는 단기적인 실적에만 매몰됐다고 한다.
카카오페이가 상장하자마자 주요 경영인들이 스톡옵션 차익을 실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네이버가 법률가 출신 대표를 선임하고 안정적인 경영의 토대를 마련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아울러 인터넷 기업의 기반인 기술 축적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5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를 서비스하는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도 없고, 기술 인력도 제대로 양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로지 사업의 외형적인 성장에만 매달린 결과다.
또한 카카오 경영진은 철저한 비밀주의로 사업을 경영하고, 신규 IPO(증시 상장)만을 기대했다고 한다. 경영의 기본기를 지키면서 서로 협조하고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남의 일로 치부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초기 벤처정신은 무뎌지고 개인주의와 조직 이기주의만 남았다고 한다.
물론 음모론적 시각에서 이번 정부가 카카오를 손보았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정권의 괘씸죄가 작동해서 규제기관이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2020년 개인정보위원회 출범이후 현재까지 계열사를 포함해서 6건의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보더라도 카카오의 부실한 대응이 1차 원인으로 보인다.
3년 후면 김범수 창업주가 사업을 시작한지 30년을 맞이한다. 역설적으로 최근의 시련은 카카오가 사업을 시작한 벤처 정신으로 돌아갈 절호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김범수 창업주의 주가조작 재판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대법원까지 형이 확정되기까지는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간이 카카오가 경영의 기본틀을 다시 짜고 인적구성을 새롭게 해 창업정신으로 다시 돌아갈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카카오의 인재상에는 벤처정신과 기본기, 신뢰, 자기실현, 기술중시 등의 내용이 있다.
지금 벤처정신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할 핵심가치이다. 카카오의 회복탄력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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