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로봇 경쟁력 확보 속도...AI에 손·발 단 '휴머노이드 '시대 온다

삼성전자, 31일 실적발표서 지능형 휴머노이드 개발 계획 공개 전문 로봇 기업 자회사 편입 이어 추가 투자 의지 밝혀 LG전자, 산업용 이어 상업용 로봇 구독 사업 활발히 전개 업계 "AI 로봇 시대 예상보다 빨리 올 것...투자·협력 강화 필요"

2025-01-31     황재희 기자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휴보'.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인공지능)로봇 시장을 미래 사업으로 점찍고 육성하면서 관련 인재와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정용 AI로봇은 양 사가 주력하고 있는 AI가전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데다 상업용, 산업용 등 서비스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도 향후 로봇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높은 개발 비용과 판매가 등은 로봇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울러 미국, 중국 등 로봇 기업과의 기술 경쟁도 뛰어넘어야 할 과제다.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컨콜)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자회사 편입을 포함한 로봇 개발 현황과 사업 계획을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는 컨콜에서 "당사의 AI 및 소프트웨어 기술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휴머노이드와 같은 첨단 미래 로봇 개발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국내 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2대 주주에서 1대 주주로 등극하며 자사 연결 재무제표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에 더해 이날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기업 투자를 이어갈 계획도 내비쳤다.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는 컨콜에서 "로봇AI가 핵심 기술로 부상하며 미래로봇의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당사 자체적으로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국내 유망 로봇 AI 플랫폼 업체에 대한 투자, 협력을 통해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등 기술 개발을 위해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립 멤버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에게 단장을 맡긴 후 관련 인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카이스트와 산학협력으로 삼성전자 로보틱스 인재양성 프로그램(REPS)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카이스트의 로봇공학 학제전공 석박사 연구경비와 학자금 등 재원을 지원하고 이곳을 졸업한 인재들은 삼성전자 DX부문 로봇 관련 사업부에서 지원을 받은 기간의 2배 이상 반드시 근무해야 하는 조건이다. 

삼성전자가 로봇 인재 확보에 공들이는 건 AI 발전으로 해당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기술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이달 발표한 '글로벌 로봇산업 동향'에 따르면 청소와 유지 관리 등에 필요한 가정용 AI 로봇시장은 지난해 2억8600만대에서 2035년 7억9300만대, 상업용 로봇은 같은 기간 150만대에서 142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전체 AI로봇 시장에서 가정용은 10%, 상업용은 23%를 차지해 총 33%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일찍 AI 로봇 기술 개발에 뛰어든 미국, 중국 등 경쟁국은 국내 로봇 기업들보다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고 알려졌다.  AI 기술에선 미국이 앞섰지만 중국 역시 지난 20년간 전체 로봇 특허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추격 뿐 아니라 로봇 개발에 드는 높은 제조 원가와 판매가 등 대중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만 해도 로봇 개발에 필요한 중요 부품은 직접 제조가 어렵고 진입 장벽이 높다보니 주로 유럽, 미국 등에 수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베어로보틱스의 AI자율주행 배송로봇 서비플러스 [사진=LG전자]

이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건 LG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LG전자는 로봇을 미래사업의 한 축으로 삼고, 삼성전자보다 이른 시기인 2019년 조직개편에서 CEO(최고경영자) 직속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했다. 같은 해 산업용 로봇 기업 로보스타에 793억원을 투자, 최대 주주가 되며 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상업용 로봇사업도 활발히 전개중이다. 지난해 7월 LG전자는 로봇 구독 서비스를 통해 음식물 등을 서빙하는 클로이 서브봇을 리테일 매장, 호텔, 병원, 식당 등에서 월 구독으로 이용하는 B2B 서비스를 내놓았다. 기업 고객들이 초기 로봇 구매 비용이 높아 구입을 꺼려하고 제품 관리 등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구독 서비스를 택한 것이다.

이외에도 LG전자는 로봇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미국의 자율주행 로봇기업 베어로보틱스의 지분 추가 인수를 통해 총 51%를 확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기존 로봇 사업을 베어로보틱스와 통합해 미래 로봇 사업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용 로봇과 상업용 로봇에서 시장 확대 가능성을 눈여겨본 만큼 LG전자는 올해 가정용 AI로봇 시장도 적극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구독 서비스로 AI가전 대중화를 이끌어낸 경험을 살려 가정용 AI로봇 역시 구독을 통해 전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가전이 대중화되면서 AI에 손과 발을 단 가정용 AI 로봇 시장도 예상보다 빨리 올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삼성, LG 모두 자체적인 역량이나 기술력이 아직은 부족한 만큼 로봇 전문 기업과의 협력이나 관련 투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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