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어르신 행복하십니까] ⑨ 누가 65세를 노인이라고 하나, 그럼 대안이 뭔데?

초고속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 등 위기에 새 기준 마련 범정부 논의 시작했지만 복지혜택 축소·국민연금 개혁·정년연장 문제 등 맞물려 만만치 않은 역풍 불보듯 지금 대책 못세우면 10년후 재앙...가장 큰 피해 당사자 5060세대 의견수렴 중요

2025-02-05     최석영 기자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누가 65세를 노인이라고 하나’ 대부분 국민들이 노인의 기준선인 65세에 대해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기준선은 44년 전인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상 기준입니다. 이 기간 동안 기대 수명은 66.7세에서 84.3세(2024년 기준)로 약 17년이나 늘었고,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시점의 평균연령인 ‘실효은퇴 연령’ 또한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이에 정부도 노인 연령 기준 상향에 적극 나설 움직임인데요. 언제부터 할지, 몇 세부터 노인으로 할지 아직 확정하진 못했습니다. 노인연령 상향은 노인빈곤율 문제나 복지혜택 축소, 국민연금 개혁, 정년연장 문제 등과도 직접 맞물려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65세 이상=노인’의 기준을 높이는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베이비부머세대(1955~1974년)의 순차적인 은퇴로 신(新)노년층이 등장하면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발맞춘 것입니다.

실제 기대여명 증가로 노인들 스스로도 “65세는 아직 한창때”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71.6세였습니다. 지난해 취임한 이중근 대한노인회장도 노인 기준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5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공식 제안했죠.

게다가 빠른 고령화 속도로 급격하게 경제활동 인구가 줄고, 연금·돌봄 등 복지 수요가 증가고 있는 점에서도 노인 연령 상향 논리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반면 노인 빈곤율이 4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인 현실에서 무작정 노인 기준 연령만 높이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노인 편에서 보면 노인 연령 상향은 지금까지 받아 오던 복지 혜택을 줄이는 것이고, 정부가 노인들 소득 중에 ‘공적 이전소득’을 도로 빼앗아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노인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공적이전소득은 OECD 국가 평균인 57%의 절반 수준인 30%에 그치고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법정 노인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0이나 75세로 높이게 되면 그만큼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늘면서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45년 韓 고령인구 37%, 세계 최고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23일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사상 처음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2017년 고령사회에 도달한 뒤 7년 만입니다.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고령화 속도입니다. 일본은 10년, 독일은 36년, 프랑스는 39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빠르게 고령화 되고 있는지 짐작됩니다. 통계청은 지난해 9월 인구 통계를 발표하면서 내년쯤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는데 정부 예상보다도 빨리 도달했죠.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 부위원장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45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37.3%로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주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저고위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사회과학협의회가 공동 개최한 ‘인구전략 공동포럼’에서 이 같이 발표하고 “더 큰 문제는 의료·돌봄 부담이 큰 80세 이상 인구 비중이 지난 25년 새 4배 이상 폭증하면서 2050년에 국민 5명 중 1명은 80세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2040년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지금(2024년 84.3세)보다 2.9세 증가한 87.2세가 되면 총 323조원의 추가 지출이 요구된다”라며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자료=보건복지부]

◇ 향후 10년이 골든타임, 노인연령부터 복지정책까지 새 판짜야

이런 통계에 따라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을 고령화 대비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2차 베이비붐세대 은퇴가 본격화되고, 1차 베이비붐세대가 후기 고령층으로 진입하는 향후 10년에 초고령사회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사회 전반이 큰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옵니다.

찬반이 엇갈리는 이슈이지만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지금 시점에서 진지하고 연속성 있는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인 연령 상향과 관련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노인연령 상한은) 갑자기 하면 굉장히 부작용이 커서 순차적으로 장기간에 걸쳐서 이뤄야 할 과제이다”라며 “논의 자체는 지금부터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을 떠난 정책의 연속성”이라며 “역풍 맞을까, 선거에 불리할까 싶어 얘기를 꺼냈다 접었다 하는 식으론 안된다”고 했습니다.

노인 연령 상향 논의에 주객이 전도됐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복지혜택 축소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0여 년간 노인 연령대에 진입하는 5060세대들을 주축으로 관련 논의를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 노인연령 상향을 주장하는 두 축은 정부와 대한노인회인데, 단체 회원들은 이미 70세가 넘은 노인들이 주축으로 이미 노인 연령 상향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노인 전문가는 “정부와 정치권은 5060세대, 노인단체, 노인복지전문가 등 이해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며 “행여 노인 연령 상향이 기초연금 등의 가난한 노인들의 공적 이전소득조차 끊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태석 KDI 선임연구위원은 “노인연령을 고려할 때 65세다, 70세다, 어떤 5세 단위 또은 자의적인 기준이 아니라 복지수급 기간이라든지 노동 가능 기간을 고려한 실질적인 근거에 따라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조정 속도 또한 상당히 점진적으로, 예측 가능하고, 사회 구성원이 합의할 수 있어야한다”라고 했습니다. 

[자료=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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