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출현‧脫 엔디비아...AI 업황 변화에 셈법 복잡해진 삼성‧SK
中 AI 딥시크 출현에 반도체 물량과 가격 경쟁력도 중요 빅테크, 고가 엔비디아 칩 맞서 자체 칩 개발도 활발 "달라진 AI 업황, 국내 메모리업체 기회와 위기 공존"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 AI(인공지능) 반도체 업황 변화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양 사 간 미묘한 온도차는 있다.
그간 고성능 HBM(고대역폭메모리)기술 경쟁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면, AI 칩 시장 확대에 따라 생산 물량과 가격경쟁력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면서 삼성전자에게는 기회가 열릴 수 있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AI 업황은 고성능 반도체에서 나아가 비용과 효율성에 중점을 둔 중저가 AI칩 확대로 새로운 흐름을 타고 있다.
최근 중국의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AI가속기를 이용해 가성비 높은 생성형 AI 모델을 시장에 내놓은 것도 업황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연구원이 지난 4일 발표한 메모리반도체산업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 업황은 강력한 AI 수요에 힘입어 큰 반등을 이룬 가운데, AI 메모리 수요처 확보 여부가 영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한층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만 8조1000억원, 연간 약 23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4분기 영업이익(2조9000억원)과 연간 영업이익(15조1200억원) 모두를 추월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AI칩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고부가제품인 5세대 HBM3E 공급을 선점한 뒤 지속적으로 기술 우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의 엔비디아 공급을 위한 사전 단계인 퀄(품질)테스트가 지연되면서 공급 일정이 미정인 상태다.
게다가 엔비디아가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1년 내외 HBM 물량까지 SK하이닉스와 사전 계약한 상황이다 보니, 올해도 AI 메모리 시장에서 SK가 삼성보다 우위를 점할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망이 맞아 떨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AI 업황 흐름은 딥시크의 출현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HBM 수요가 이어지겠지만 비용효율성에 중점을 둔 AI칩 시장도 새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딥시크는 저비용 고성능 AI의 실현과 AI의 대중화 가능성을 제시했다"라며 "물론 고사양 HBM 제품이 고부가가치로 수익을 많이 남길 수는 있지만 저가형 저사양이든 고비용 고사양이든 AI 반도체 시장 전체가 커지지면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삼성전자 역시 이익이 된다"라고 말했다.
AI 반도체 시장이 전체적으로 확대되면 기술력 뿐 아니라 생산물량이나 공급 안정성도 중요해진다.
특히 저가형 저사양 제품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중요하기에 물량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메모리 업체에게 더 유리해지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분석이다.
저사양 AI 칩이 확산되면 그간 고사양 HBM에 집중해왔던 엔비디아의 시장지배력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비용효율성에 중점을 둔 중저가 AI칩 투자 기조가 확대될 경우 고성능, 고비용의 가속연산칩을 독점 제공하던 엔비디아의 시장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이 경우 엔비디아에 고성능 HBM 공급 여부에 따라 차이나던 AI 메모리 업황이 물량과 가격 중심으로 변동되는 등 영업환경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값비싼 AI가속기 시장을 90% 이상 독식하던 엔비디아에 맞서 빅테크들의 탈엔비디아 기조는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칩의 높은 비용, 공급 물량 부족에 따라 지난해부터 자체 AI칩을 개발하고 있어서다.
최근 챗GPT를 만든 오픈AI사의 샘 올트먼 CEO(최고경영자)가 방한한 것도 엔비디아의 비싼 칩을 공급받는 대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독자 AI칩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들의 자체칩 개발을 통한 탈엔비디아 흐름은 현재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나 상대적으로 덜한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부과, 중국 딥시크 등 AI 칩 업황에 변수가 생기는 요소들이 계속해서 생기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국내 업체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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