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잊은 분양시장...건설업계, 미분양 증가에 공급 ‘뭉그적’

정부 무순위 청약 제도 손질까지 더해져 신중모드 돌입 가뜩이나 어려운데 미분양 적체 덜어내는데 어려움 우려

2025-02-05     권일구 기자
이달 전국에선 총 19곳, 1만4174가구(임대 포함, 오피스텔 제외)가 공급될 예정이다. [사진=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섣불리 분양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최근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등 분양 성공을 장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Y건설 B 소장)

전통적으로 분양 성수기로 꼽히는 2~3월에도 분양시장은 잠잠한 모습이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급등한 공사비 부담, 미분양 증가,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건설사들이 공급에 있어 신중모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무순위 청약까지 손을 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5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선 총 19곳, 1만4174가구(임대 포함, 오피스텔 제외)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총 8886가구로 지난해 1만3168가구 대비 무려 32% 가량 감소했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에서 5120가구가 분양돼 전체 분양 물량의 57.6%를 차지했다. 이어 지방에서는 3766가구만 분양 예정에 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수도권 공급량은 2배 가량 증가한 반면, 지방은 1만476가구 대비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는 지방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데다가, 분양가 인상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계획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미분양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7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미분양은 지난해 6월 7만4037가구, 7월 7만1822가구를 비롯해 11월 6만5146가구 등 꾸준히 감소하다가 12월 한 달 만에 5027가구(7.7%)가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미분양 물량 증가가 뼈아팠다. 수도권 미분양은 전월 보다 17.3% 증가한 1만6997가구에 달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역시 2만1480가구로 전월보다 15.2%(2836가구) 늘었다. 빈집이 그 만큼 쌓였다는 것을 뜻한다.

Y건설 B 소장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비가 증가하고 있고,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사들이 느끼는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좀 더 보수적으로 올해 분양에 나서는 등 건설사들이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순위 청약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에 무순위 청약제도 개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동안 유주택자도 무순위에 청약할 수 있었지만 이들에 대한 청약을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을 막고, 무주택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제도 개편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미분양이 적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미분양 물량이 더 쌓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무순위 청약은 1·2차 청약에서 미달했거나 계약 포기 등으로 생기는 잔여 물량에 청약을 다시 받는 제도다.

최초 분양가로 공급하고 만 19세 이상 국내 거주자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높은 경쟁률을 보여왔다.

B 소장은 “예정대로 무순위 청약이 무주택자나 해당 지역 거주자로 제한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게 되면 경쟁률은 다소 감소할 수 있고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을 위한 기회가 더욱 많아 지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반대로 업계 입장에서는 적체된 미분양을 덜어내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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