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격에 美 트럼프 관세 압박까지…최대 위기 맞은 K-반도체

트럼프 대통령, 철강 관세 인상에 반도체도 검토 중 지난해 韓 대미 반도체 수출액 15조4000억원 달해 업계에선 당장 큰 피해 우려 안해...불확실성은 증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더 큰 위협 가능성 다가와

2025-02-12     김민우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카드까지 더해지며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카드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부문과 같이 보편 관세 인상을 반도체에도 적용할 경우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여한다는 포고령에 행정서명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조치에는 예외나 면제가 없다"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중"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품목은 지난 1997년 WTO(세계무역기구)의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회원국 간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에 반해 미국에 수입되는 반도체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약 15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이나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다.

다만 조립·가공 등의 이유로 대만 등 다른 국가를 거쳐 미국에 수출되는 경우도 있어 관세 부과 기준과 범위에 따라 직간접적인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큰 피해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의 저가 공세와 겹쳐 산업 자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의 90%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엔비디아를 비롯해 빅테크 기업들이 AI 발전을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대체가 불가능한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매서운 만큼 국내 업체들도 풀어야할 숙제가 하나 늘어난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은 2020년만 해도 제로(0)에 가까웠던 중국 CXMT의 D램 점유율이 지난해 5%로 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DDR4와 같은 레거시 제품만 만들던 CXMT는 작년 12월 HBM과 함께 AI 메모리로 주목받는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 DDR5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미 CXMT를 포함한 중국 D램 업체들이 레거시 제품을 물량으로 밀어붙이면서 D램 가격도 하락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가격은 지난해 8월 하락 전환한 뒤 9월(-17.07%), 11월(-20.59%) 두 자릿수 급락했다.

중국 업체들은 HBM에서도 공세적이다. CXMT는 이미 HBM2∼HBM2E 제품을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중국에 HBM2 생산을 위한 28만㎡ 규모 공장을 건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 플래시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D램보다 플레이어가 더 많은 낸드 시장에서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의 점유율은 총 55.6%다. 

일본 키옥시아(15.1%), 마이크론(14.2%), 웨스턴디지털(10.7%) 등이 잇고 있다.

중국 낸드 최대 업체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나 레거시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며 시장 가격 하락에 힘을 보태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중국 SMIC가 2위인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따라왔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SMIC의 점유율은 6%로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9.3%로 2위를 지켰지만 전분기(2분기)에 5.8%였던 두 회사의 격차는 3분기에는 3.3%로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제재를 강화할 경우 한국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중국 업체들이 자국 내 생산과 미국 이외 국가에서의 확장을 통해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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