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에 삼성·SK '긴장' ...현지 투자 계획 조정 불가피

트럼프 행정부,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 카드 꺼내 지원법 일부 조항 수정, 직간접적 지원 규모 축소 거론 업계 "이미 예측했던 상황"이라지만 불확실성 커져 전문가 "보조금 축소되면 국내 기업도 투자 축소 불가피"

2025-02-14     황재희 기자
삼성전자 미국 공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 소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법(Chips Act)에 비판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위해 한층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 계획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반도체 보조금 지급 규모를 축소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대규모 투자 일정과 계획 역시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다만 이번 재협상을 위협 요인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주도적인 자세로 임하면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보조금 수령 시기와 지급 규모가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보조금과 관련해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지원법 내 조항 일부 수정, 직간접적인 지원 규모 축소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상무부로부터 현지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대가로 각각 한화 6조8000억원, 66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 달러(약 53조4000억원)를 투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팹)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미 상무부로부터 받기로 한 최종 보조금은 47억4500만 달러(약 6조8000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AI(인공지능)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조건으로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이 확정됐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혜택이 축소되거나 변경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공식적인 미 행정부의 발표와 함께 당장 보조금 지원액 축소 등까지 거론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긴장도가 높아지게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부터 반도체 보조금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관측이 있어서 준비는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직 관련해 구체적인 세부내용이 공개되지 않아서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반도체 지원법 재협상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이 주눅들거나 끌려가는 입장을 취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미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규모, 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추가 단서 조항을 붙여 까다롭게 하더라도 국내 기업은 협상 주도권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에 따라서 보조금 지급액이 결정된만큼 미국의 (보조금) 계획이 바뀌면 기업도 계획을 바꿀 수 밖에 없다"라며 "기업의 투자 계획은 그대로 놔두고 보조금 지급 규정만 바꾸면 불공평한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미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확정지은 삼성전자는 4월 미 상무부와의 예비거래각서(PMT)에서 64억 달러(약 9조24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으나 12월 최종 확정된 보조금은 약 17억 달러(약 2조4500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PMT 체결 당시 투자계획을 줄이면서 보조금 규모도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번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과 같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패권 확보 움직임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강화되면 미국 외에 중국에도 반도체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변수와 시나리오를 마련해 준비해야 하는 등 투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기술 패권을 주도하려는 미국 입장에선 최첨단 생산 라인을 자국내에 유치하려고 하는게 제일 급선무"라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응이 어느때보다 중요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과 미중 기술패권 강화 움직임을 국내 기업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기회 요인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전무는 "중국이 반도체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수록 미국의 대중 견제도 앞으로 더더 커질 수 있다"면서 "국내 기업이 미중 사이에 껴서 눈치볼 게 아니라 R&D(연구개발)등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힘써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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