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용 장비 수주전에 오너2세 참전...한화 김동선, 한미 곽동신에 '도전장'
한화세미텍, SK하이닉스에 HBM용 TC본더 퀄 테스트 진행 최근 사명 교체... 김동선 부사장 미래비전총괄로 취임 한미반도체, TC본더 장비 매출 확대에 지난해 고성장세 곽동신 회장, 차세대 HBM용 장비 개발로 격차 벌리기 나서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성장세에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 등 반도체 제조 장비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HBM용 열압착 장비(TC본더) 시장은 그간 한미반도체가 주도해왔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따라 한화세미텍(옛 한화정밀기계)이 참전 기회를 엿보는 등 한미반도체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특히, 한화세미텍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최근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이에 곽동신 회장이 이끄는 한미반도체와 함께 오너 2세 간 장비 수주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현재 SK하이닉스에 납품할 TC본더 장비와 관련해 퀄(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퀄 테스트를 이달까지 마치는 대로 SK하이닉스에 해당 장비 약 20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TC본더 장비 한대 가격은 약 20억원으로 납품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수주 금액은 약 4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TC본더는 HBM 제조에 필수적인 반도체 후공정장비다. 수직으로 쌓은 D램 메모리 반도체를 열 압착 과정을 통해 반도체 웨이퍼 위에 붙이는 작업을 수행한다.
지난해부터 AI(인공지능) 반도체인 HBM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덩달아 수요가 늘고 있다.
이날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TC본더 장비의 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외에 특정 고객사와의 구체적인 수주 내용 관련해선 따로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퀄 테스트는 한화세미텍이 HBM 장비 공급망에 본격 진입하는 계기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화세미텍이 TC본더 장비의 핵심 고객사인 SK하이닉스에 대규모 첫 수주를 성공할 경우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다른 HBM 제조사로 고객선을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한미반도체에 의존해왔던 HBM용 TC본더 장비 거래처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장비 공급업체가 확대되면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함께 가격 협상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서다.
이번에 한화세미텍과 SK하이닉스의 거래 성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건 최근 이 회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앞서 한화세미텍은 이달 10일 옛 한화정밀기계에서 반도체 장비 전문회사로의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명을 교체했다. 이와 함께 김동선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하며 사업 확장 의지를 공식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오너 2세가 한화세미텍 경영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장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유통과 호텔 분야인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미래비전총괄을 맡고 있어 반도체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그러나 한화비전, 한화로보틱스에서 푸드테크, 로봇 등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세미텍에서도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며 성과를 이끌어내는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상대가 HBM용 TC본더 시장에서 이미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미반도체라는 점에서 경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 SK하이닉스와 공동 개발한 듀얼 TC본더 장비를 시작으로 지난해는 미국 마이크론에도 해당 장비를 공급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오너 2세인 곽동신 회장이 직접 경영권을 잡아 공격적인 생산 캐파 증설과 사업 확대를 이어가는 점 또한 고성장의 비결로 꼽힌다.
덕분에 2022년 3275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589억원으로 외형을 크게 확대했고 영업이익도 2554억원을 기록, 수익성 면에서 사상 최대 규모 실적을 냈다.
곽 회장은 차세대 HBM용 장비 개발과 고객사 다변화를 서두르면서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도 벌리고 있다. 주력 제품인 HBM용 TC본더의 경우 해외판매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플럭스리스 TC본더, 하이브리드 본더 등 차세대 HBM4 생산용 본더 출시도 앞당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세미텍의 SK하이닉스 수주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미반도체의 TC본더 독주를 막아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다만 HBM 시장이 앞으로 고성장세이기 때문에 관련 장비 시장도 지속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양 사 모두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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