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에 25% 관세? "삼성·SK 보다 美 빅테크에 타격 클텐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등 북미 수출 물량 많아 '예의 주시' "고사양 메모리는 국내기업이 독점, 美 빅테크에 원가부담 부메랑"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과 실제 피해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AI(인공지능)반도체로 불리는 HBM(고대역폭메모리)등 고사양 반도체 물량 대부분이 미국 빅테크에 수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반도체에 관세가 적용되면 가격 경쟁력을 잃는 등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역시 고사양 메모리는 국내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다, 실제 관세 부과 시 현지 빅테크 기업들의 원가 상승 문제가 생기는 등 미국에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관세 부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트럼프의 25% 관세 부과 언급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양 사 모두 지난해 북미에서 매출이 크게 증가한 만큼 관세가 적용되면 당장 실적에 영향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를 20% 부과할 경우 약 8.3% 수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품 중 하나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된 반도체는 약 106억달러(약 15조원) 규모로 자동차, 일반 기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서 AI 서버에 HBM 등고부가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분석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의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3분기 미국 매출은 27조3058억원으로 직전연도 3분기(9조7357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5.4%에서 58.8%로 늘어났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미주 지역 매출이 68조2784억원에서 84조6771억원으로 24%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양사 모두 미국에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더라도 고사양 메모리에서는 이들을 대체할 기업이 마땅치 않은만큼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삼성과 SK의 메모리를 수입하는 엔비디아, AMD등 미국 빅테크들의 원가 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타격은 미국이 더 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에게 타격이 단기적으로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HBM 같은 고부가 메모리는 한국이 거의 독점적으로 미국에 수출하는데 당장 제품을 공급받는 미 빅테크의 원가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때문에 반도체에 대한 트럼프의 관세 부과 계획은 '경고성'으로 현실화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관세 부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미 빅테크들과의 협력을 통해 전략적인 협상과 대응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정책은 미국 현지에 해외기업의 생산기지 건설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대규모 현지 반도체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이를 적극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SK그룹 회장이기도 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을 포함해 국내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대미 통상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행에 올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 관계자 등과 통상정책과 향후 대미 투자 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미국은 단순히 투자를 통해 현지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3나노 이하의 미세공정 등 첨단 기술과 관련된 투자를 유치해 자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국내기업도 이에 발맞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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