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아시아 증시에 ‘글로벌 투자자’ 몰려온다…미국 관세 공세·강달러 ‘약화’ 영향

최근 5거래일 중국 제외한 아시아 개발도상국 증시에 7억 달러 ‘순매수’ 고공행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 점진적 완화 전망 이번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등 각종 변수는 예의주시해야

2025-02-24     김민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우려가 이미 증시에 반영된데다 강달러 현상도 최근 주춤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관세 공세가 주식시장에 상당 폭 이미 반영된데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강달러 현상도 이달 들어 주춤해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아시아 신흥국에 몰리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공세도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수위가 낮다는 평가도 이런 자금흐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다만 1500원대를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 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기준금리통화위원회 등 각종 변수가 증시 방향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주 5거래일 동안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개발도상국 주식시장에서 7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 신흥국(중국 제외) 지수는 지난주 1.8% 올랐다. 

7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아시아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최근 6개월 동안 지수 하락 폭도 약 12%로 감소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지난해 달러 강세와 글로벌 무역 긴장 우려로 맥을 못 추던 아시아 지역 증시가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MSCI 아시아 신흥국(중국 제외) 지수의 향후 1년 수익 대비 주가(멀티플)는 약 15배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22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마이트리 자산운용의 한(Han) 피오 리우 펀드매니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충격이 예상보다 느리고 작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아시아 시장의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반등 조짐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무역 장벽이 낮아지고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가 맞물려 글로벌 성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협상 전술로 보는 시각도 늘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나라가 미국의 요구 사항을 일부 수용한 후 관세 부과를 한 달 간 유예했다. 

여기에 추가로 중국과 홍콩의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 면제 종료 계획도 연기하면서 금융시장의 안도감을 키웠다.

이처럼 관세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면서 달러화 가치는 이달 초 고점 대비 3% 이상 하락했다.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더 많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대내외 환율 상방 압력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면서 2분기 원/달러 환율이 평균 141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내내 트럼프의 언행에 주목하며 환율이 등락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이 자극하는 강달러 압력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호관세에 대한 위협도 꾸준히 이어가고는 있지만, 시행 시점은 4월로 미뤄두면서 실제 부과 가능성에 대해서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상황”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협상에서도 적극성을 보임에 따라 강달러 압력 완화를 지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까지 원/달러 환율이 하단을 낮춰가는 흐름을 보이면서 평균 1410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뉴욕 증시의 부진과 함께 주중 가종 대내외 변수까지 산재해 있어 한국 증시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2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하향 조정될 경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이번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해석이 나오게 되면 단기 조정 가능성도 있어 시장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또 27일 예정된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4분기(11월~1월) 실적 발표는 한국 반도체주의 주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미국 금요일 급락 여파, 주중 미국 주요 경제지표, 엔비디아 실적 등의 이벤트를 치르면서 그간의 단기 랠리 부담을 소화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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