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식담보대출' 8개월 만에 1.4조 이상 증가 "규모 1등은 삼성"

리더스인덱스 발표, 42개그룹 164명 총 9조3747억원 대출 영풍·태영·신세계 등 영향 커...개인 1등은 홍라희 여사

2025-02-26     황재희 기자
(사진 왼쪽부터)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국내 대기업집단의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는 금액이 8개월 만에 1조4597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담보 대출이 없었던 태영, 신세계그룹 영향이다. 

대출금 규모가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그룹이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개인별 담보 대출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88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9개 그룹의 오너일가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달 20일 기준  42개 그룹에서 최소 1명 이상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것으로 확인됐다. 8개월 전보다 12개 그룹이 늘어난 것이다.

오너일가 588명 가운데 163명이 보유 주식의 35.0%를 담보로 제공하고 총 9조3747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난해 6월(121명) 대비 43명이 증가한 수치다. 

담보 대출 총액 또한 7조6239억원에서 8786억원 증가했다. 주식담보 비중은 29.7%에서 35%로 확대됐다.

올해 대출금 증가액이 가장 큰 그룹은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중인 영풍으로 조사됐다.영풍 오너일가 18명은 공동 명의를 포함해 총 4895억원을 대출받았으며 담보 비중은 86.2%에 달했다.

태영과 신세계의 경우 올해 신규 대출로 상위권에 올랐다. 태영그룹은 윤석민 회장(보유주식 1282만7810주)과 부친 윤세영 창업회장(26만6955주)이 공동 담보로 4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보유 주식 796만493주 중 65%(517만2911주)를 담보로 2158억원을 대출받았다. 앞서 정 회장이 14일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전량(10%)을 2140억8630주에 사들였다는 점에서 매입 자금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주요 원인은 경영자금 마련, 승계자금 확보, 상속세 납부 등의 목적이 크다. 대주주 일가는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면서도 의결권은 유지할 수 있어 경영권 행사에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가 담보권 설정 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마진콜로 인해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이로 인해 주가가 추가 하락 시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생긴다. 

올해도 삼성은 대출금 규모가 가장 큰 그룹으로 조사됐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 세 모녀가 주식 담보 대출을 받고 있다. 이들의 총 대출금은 3조2728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3400억원 증가했다. 

대출금 상승을 주도한 인물은 홍 전 관장으로 보유 주식 9978만7277주 중 절반이 넘는 5180만1809주(51.9%)를 담보로 2조1200억원을 대출받아 개인별 담보 대출금 1위를 기록했다. 홍 전 관장은 지난해 1조7800억원에서 3400억원 대출금이 증가한 반면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대출금 변동 없이 각각 5800억원과 5782억원을 유지했다. 

효성은 올해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이 컸다. 조현준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각각 5822억원과 1670억원을 빌렸다. 조 회장은 개인 담보대출 금액 기준 2위에 올랐으며, 조 부회장은 13위에 머물렀다. 

SK그룹의 경우 대출금은 233억가량 줄었으나 담보 비중이 38%에서 49%로 11%p(포인트) 증가했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대출금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195억원에서 76.9% 증가한 345억원을 대출 받았으며, 보유 주식 4820만주의 18.9%를 담보로 설정했다. 

이어서 영풍의 대출금액이 195억원에서 4895억원으로 크게 뛰며 4위를 차지했고 HD현대그룹 오너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은 4152억원으로 다섯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4175억) 대비해 23억원 감소했으며 담보비중도 52.4%에서 51.1%로 소폭 하락했다. 

LG그룹은 오너일가 5명의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이 4042억원으로 전년(3603억원)과 비교해 439억원 증가했으며 담보 비중도 22.4%에서 26.1%로 확대됐다. 구광모 회장의 대출금이 2995억원에서 3405억원으로 늘어났다.

한화그룹의 대출금은 지난해 1125억원에서 811억원 늘어나 2896억원으로 확대됐다. 주식 담보 비중도 45.1%에서 56.8%로 두 자릿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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