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전자, 노조리스크 빠르게 털고 '경쟁력 강화'에 올인
노사 2025 임단협 체결...조합원 70% 투표, 87.7%가 찬성 전삼노 교섭대표노조 역할, 대립·투쟁 대신 '회사 발전' 모색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5일 평균 5.1%의 임금 인상을 골자로 한 ‘2025년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노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2023년과 2024년 임금협약까지 마무리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이번 임단협 체결을 계기로, 삼성전자 교섭대표노조 역할과 함께 회사의 미래도 걱정하는 노조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삼노는 이날 임단협 타결 이후 '투쟁' 에서 '안정'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특히 이번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조합원 70%가 투표, 찬성 87.71%로 가결됨에 따라 향후 노사 화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는 반도체 경기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법 폐지 발언으로 극단으로 다다른 삼성전자의 위기론에 노사가 힘을 모은 결과다.
노조 측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상해온 노력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지만, 사측이 일정 부문 양보를 통해 서둘러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삼노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약 7만5000명 직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하루라도 단체행동에 들어갈 경우 반도체 사업에 당장 영향이 미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전삼노 내부에서도 조합원의 양적인 확대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라는데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가 최근 조합원들의 단결력과 교섭력 확대를 위해 조합비 급여공제, 전삼노 캐릭터 네이밍 공모전 같은 운영 개선 활동을 진행하는 이유다.
조합비 급여공제는 월 1만원의 조합비를 급여에서 자동이체로 신청하는 방식이다. 그간 전삼노 조합원은 회사에 조합원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도 노조를 지원할 수 있었다. 조합비 급여공제를 신청하면 회사에 자신의 정보가 공개된다. 다만 노조 입장에선 안정적인 조합비를 유치하고 조직 충성도를 높이는 등 조합원 관리에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전삼노가 캐릭터 네이밍 공모전을 하는 배경에도 눈길이 간다. 조합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소속감을 심어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달 7일까지 조합원 대상으로 후보작을 접수해 14일까지 조합원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전삼노의 변화는 지난해 단체 시위, 단체 파업 등 투쟁을 통해 세를 불려오며 사측에 대립해온 것과는 크게 달라진 행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기대치에 못미치는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오고 있는데다 위기설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강경 활동에 대한 안팎의 비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삼노 관계자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라는 설립 취지에 근거해서 노조 성격을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넓혀나가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삼노는 이날 기준 3만6977명을 조합원을 보유, 3만7000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 수의 30%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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