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일의 IT직설] ‘전자파 괴담’에 휘둘리는 데이터센터(IDC)

2025-03-10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최근 데이터센터(IDC)에서 상당한 양의 전자파가 배출된다는 괴담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근거없는 낭설로 우리 일상에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는 챗GPT를 활용해 만든 IDC센터. [출처=DALL·E]

【뉴스퀘스트=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인 데이터센터(IDC)는 흔히 '서버 호텔'로 불린다.

IDC는 인터넷 기업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핵심장비인 서버와 라우터 등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서버간의 통신을 위해서 회선으로 연결해준다.

지난 23년 준공한 LG유플러스 IDC(평촌2센터)는 축구장 6개 규모다.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로 연면적은 4만450평방미터 규모로 20만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 (서버수용 10만대 이상급)규모다.

이 데이터 센터에서는 24시간 중단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 서비스가 연결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인터넷 데이터센터 사업은 지난 1999년 10월 옛 데이콤 자회사인 KIDC를 통해서 시작됐다.

야당의 A국회의원도 신입사원 시절 한때 잠시 근무했다고 한다. 당시 인터넷 서비스가 태동된 시절에 가장 앞선 첨단 분야였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가 발표한 2023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민간 85개와 공공 68개 등 총 153개다.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파악한 자료는 2029년까지 신규데이터 센터 수요는 732개에 달한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국가 인공지능(AI) 비전 달성에 핵심적인 인프라다. AI서비스를 지원하는 GPU가 탑재된 서버를 새로운 설계방식의 인프라에서 수용하고 이를 지원하는 데이터센터 건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사정을 보면 데이터센터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규제가 문제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센터 건립에만 12개 관련법을 통과해야만 한다.

건축과 관련된 안전에 대한 규제는 당연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주차장 확보, 예술품 투자 등 획일적이고 동떨어진 규제도 있다. 하지만 관련부처는 합리적인 규제완화는 외면하고 오로지 주민 민원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현재 수도권지역은 전력계통영향 평가를 실시하면서 사실상 수도권 데이터센터 건립은 막혀있다고 평가한다.

여전히 수도권 입지선호와 데이터 트랙픽이 몰려있는 현실을 외면한다.

인터넷 서비스는 24시간 무중단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존 인터넷 트래픽과 중요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한국의 규제 리스크 때문에 일본, 말레이시아 등으로 투자순위를 변경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AWS이다.

지난 23년 10월 AWS는 한국시장을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에 약 7.8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단계 사업으로 인천 서구에 100메가 와트급 데이터센터 건립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역구 구의회에서 강하게 반대하면서 1년 넘게 표류 중이다. AWS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아예 투자를 취소하거나 대체 부지 등을 고려중이라는 전언이다.

비슷한 시기에 추진된 AWS의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가 약 17개월 만에 완공된 사례와 대비된다.

근거 없는 전자파 괴담으로 인한 공사지연은 더 심각한 문제다. GS건설이 고양시 덕이동에 건설 중인 일산 데이터 센터가 단적인 예다.

일산 데이터센터는 2024년 3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근 지역 아파트 주민들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선거이슈로 부각되자 고양시는 착공허가를 반려했다.

결국 건설사가 고양시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해서 승소했으나 아직도 전자파 괴담으로 인해서 공사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 정부는 제3차 AI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를 열고 국가AI컴퓨팅센터를 올해 안에 건립하기로 했다.

주요국들이 국가주도의 대규모 컴퓨팅 센터 건립에 나서는 시점에서 우리도 경쟁에 참여하게 된 것은 바람직하다.

정부는 올해 안에 최신형 H100 GPU 1만장을 확보해 인공지능(AI)전용 데이터센터인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조기에 개소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데이터센터 건립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근거 없는 전자파 괴담에 대한 극복이 시급하다. 전자파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접하고 있으며, 휴대폰이나 기지국과 전선에서만 나오는 특별한 존재는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햇빛이나 라디오 전파, 그리고 병원에서 찍는 X선은 모두 전자파의 다른 모습이다.

세계보건기구인 WHO는 수십년 간의 연구결과를 통해 무선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마이크로파)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국립전파연구원은 휴대전화와 무선 헤드셋, 스마트워치 등 인체에 근접해서 사용하는 휴대용 송신 무선설비의 전자파 흡수율을 측정하고 관리한다.

일정한 기준치를 가지고 전자파가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그런데도 인터넷의 혜택과 초연결성을 누리고 있으면서 전자파 괴담을 맹신해 내 앞 마당에서는 안된다는 ‘님비(Not in my backyard)’에 빠진다면 또 다른 모순이다.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고 인간수준의 AI개발을 목표로 하면서 말이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 건립뿐 아니라 세계적인 AI 경쟁력을 갖추려면 먼저 전자파 괴담이 소고기 괴담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해시켜 나가야 한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