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기자의 쓴소리] 이재용의 '사즉생 전략', 주총에서 해답 내놓아야

19일 수원서 56기 정기주총, 실적·주가 하락 등 주주 질문 예정 핵심사업 HBM·파운드리·AI 차별화 등 위기 타개 메시지 주목

2025-03-18     김민우 기자
지난해 3월 20일 제55회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 설치된 주주들의 응원 피켓. "올해 10만 가자!" "삼성전자 최고" 등 다양한 지지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김민우 기자]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삼성전자가 19일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전자의 주총은 한 주라도 가지고 있는 주주가 우리나라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500만명이 넘는 만큼 여느 기업들의 주총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기어이 수원에 차려진 주총장까지 찾아가 질문하고 때론 성토 하는 열성 주주들이 꽤 많다. 이는 삼성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있어서다. 

1년전 삼성전자 주주총회도 그랬다. 당시 주총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다양한 개인 주주를 두루 만날 수 있었다. 생애 첫 주식으로 삼성전자를 골랐다는 대학생부터 정년퇴직 후 그간 모은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수한 고령의 주주들도 있었다.

600여명이 모인 당시 주주총회 대기홀 한 가운데에는 응원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다. 참석자 대부분은 회사의 성장을 바라는 멘트를 종이 위에 꾹꾹 눌러담아 쓰며 '10만전자(주가 10만원와 삼성전자의 합성어)'로의 도약을 바랐다. 

몇몇은 사업 경쟁력에 대한 경영진의 답을 듣고자 현장에 참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5년째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하고 있다던 20대 남자 대학생 주주는 SK하이닉스나 TSMC와의 제품 경쟁력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묻고자 현장에 왔다고 말했다.

'9만전자'에서 주식을 구매한 70대 여성 주주는 주가 하락으로 수천만원을 잃었다며 회사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폰의 성과를 물어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씁쓸하게도 1년전 주총 현장에서 10만전자를 외쳤던 이들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되려 현재 주가는 당시(7만6900원)보다 1만원 가량 더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갖고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지난 1년간 주주들은 삼성전자 주가 차트를 보는 것이 괴로웠을 터다. 더구나 삼성전자를 둘러싼 수많은 위기설이 신문부터 유튜브까지 도배됐으니 매도 버튼을 눌렀다 뗐다하던 주주들도 분명 있었으리라.

내일(19일)이면 제56기 삼성전자 주총이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작년보다 더 떨어진 주가에 현장을 찾은 개인 주주들의 성토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혹자는 개인 주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해 주총 현장에서 나온 질문들을 곱씹어보면 이들의 질문은 대단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든다.

"SK하이닉스 주가는 계속 오르는데 삼성전자는 7만원대 초반으로 지지부진하다. 원인이 HBM 사업 경쟁력 때문이라 보는데 현재 삼성전자는 어떻게 HBM을 준비 중인가"

"전 세계에서 작년에 48조원 설비 투자를 하고 적자난 회사가 어디 있는가. 삼성전자 밖에 없다. 경쟁사들과의 치킨게임 대신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경영진 입장에선 뼈 아프지만 주주 입장에선 물어볼 수밖에 없었던 질문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주주총회 현장에 한 주주가 적어놓은 응원 피켓. "벌써 5번째 주주총회 참석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전자가 발전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파이팅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그리고 이같은 우려는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드러나며 주가 하락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제작한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엔비디아 수주를 노렸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못거뒀고, 파운드리 분야에선 대만의 TSMC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의 1위를 기록했던 스마트폰 점유율에서도 애플과 샤오미의 추격이 거세지며 왕좌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주가도 지난해 11월 14일 1614일만에 '4만전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성과가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어제'의 일이다. 중요한 건 '내일'의 성과와 전략이다. 내일 주총 현장을 찾을 개인 주주들도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을 기대하며 질문 보따리를 한아름 안고 올 터이다.

이들의 바람이 지난해 외쳤던 '10만전자'로의 도약이라면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인 'HBM', '파운드리', 'AI' 분야에서의 차별화된 전략을 속 시원히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회사 전체 영업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DS 분야에서 회사만의 초격차 기술은 무엇인지, TSMC와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를 어떻게 좁혀나갈 것인지,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뒤쫓는 애플과 샤오미와의 경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답변이 필요한 것이다.

주주들은 내일 주총에서 단순한 현황 보고가 아닌 이재용 회장이 강조한 '사즉생'의 각오를 경영진의 입을 통해서 듣고자 한다. 

다시 한번 '10만전자'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전략과 비전을 주총 현장에서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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