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르포] "8만, 9만전자에 샀는데 어휴~" "이재용 등기이사 복귀하라" 목소리도

수원컨벤션서 제56기 정기 주총, 900여명 주주 현장 찾아 "HBM 납품은 언제하나" 회사 격려 파이팅 보다 한숨소리 넘쳐

2025-03-19     김민우 기자
디지털 응원 메시지 게시판에 올라온 응원 메시지. '삼성전자 잘하자', 'HBM! 다시 비상하자', '삼성전자 힘내라 화이팅' 등이 적혔다. [사진=김민우 기자]

【뉴스퀘스트/수원=김민우 기자】 "경영진들에게 정신차리라고 말하고 싶어 현장을 찾았다. 새로운 일을 하려면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돌려막기식으로 경영진을 앉혀놓으면 안된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등기 이사 복귀가 해결 과제 첫번째다."

"지난 5년간 삼성전자의 주가 차트에서 빨간 막대기(주가 상승)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무리 귀를 귀울여도 안좋은 소리만 나온다. 개인적인 속상함을 떠나서 삼성전자에 대한 희망이 객관적으로 있는지 의문이다."

"요즘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 등 책임 경영을 하는 것 같아서 위안이 된다. 반도체 같은 핵심 사업들에서 초격차 기술 확보가 이뤄져야 주가 상승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가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이 입장에 앞서 주주 인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19일 삼성전자의 제56회 정기 주주총회(주총)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에는 주주들의 아쉬움과 한탄, 회사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넘쳤다. 

전년 주총일에 비해 2만원 가까이 하락한 주가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스마트폰, 파운드리 사업 등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꼬집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술 투자, 성과주의에 기반한 책임 경영 등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주총장에는 500만 주주를 대표해 20대 대학생부터 70대 노인 부부 등 남녀노소의 다양한 주주 900여명이 참석했다. 

현장에선 주가와 사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비롯해 다가올 업턴(상승국면)에 관한 기대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1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가 응원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익명을 요청한 30대 여성 주주는 3년째 주총에 참석 중이었다. 해당 주주는 현장에 마련된 디지털 응원 메시지 게시판에 '10만전자'로의 도약을 바라는 글을 작성했다.

그는 "8만전자일 때 주식을 샀는데 올해에는 8만전자 탈출이 가능할지 싶어서 현장을 찾았다"며 "반도체 등의 핵심 사업이 초격차 기술을 통해 발전해야 주가 상승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 등 책임 경영을 하는 것 같아서 위안이 된다. 올해나 내년에는 8만전자 탈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지난번에 탈출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오래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정혜씨가 1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남긴 응원 메시지. '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로 적혀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지난해 주총 현장에서 만났던 70대 여성 한정혜씨를 올해에도 만날 수 있었다.

앞서 지난해 한씨는 9만전자일때 주식을 매입했는데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수천만원 손해를 본 상태라며 10만전자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현장에서 한씨는 괜한 말을 했다면서도 지난 한해 동안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많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삼성전자 주식을 산지도 5년이 됐는데 그간 주식앱에서 삼성전자 주가 차트에서 빨간 막대기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며 "아무리 귀를 귀울여도 안좋은 소리만 나온다. 외부적으로도 그렇고 내부적으로도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식이 오를 생각을 안하니깐 팔아버릴까도 생각한다"며 "개인적인 속상함을 떠나서 삼성전자에 대한 희망이 객관적으로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응원 메시지 게시판에 올라온 응원 메시지. '심각한 위기라 꼭 극복합시다', '삼성전자 항상 응원합니다! 최고예요' 등이 적혀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서울 강서구에서 현장을 찾은 김현수(26·남)씨는 재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 주총장을 방문했다.

김씨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갤럭시 S 시리즈 팬들이 전세계에 많은 만큼 앞으로도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삼성전자의 상황을 낙관적으로도 비관적으로도 보기 힘들다. 부진 탈출이 회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청한 30대 남성 주주는 "7만전자일 당시에 주식을 샀다"며 "요즘 삼성전자의 상황이 많이 힘든데 잘 극복했으면 하고, 배당을 잘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에 모인 참석자들. [사진=김민우 기자]

경기 과천에서 현장을 방문한 50대 여성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첫번째 해결과제이다"라고 밝히며 지난해 삼성전자의 실적 성과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당 주주는 "경영진에 정신차리라고 말하려고 현장을 찾았다"며 "새로운 일을 하려면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돌려막기식으로 경영진을 앉혀놓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HBM을 수주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잘 못하고 있다. 경영진이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이 없다"며 "주가 차트를 안 본지도 6개월이 넘었다. 지금 세단이 두 세대가 날아갔는데 열받아 죽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현장에 마련된 디지털 응원 메시지 게시판에도 경쟁력 강화를 요구하는 글들이 적혔다.

"심각한 위기라 꼭 극복합시다", "HBM 다시 비상하자", "S26도 명기로 나오길", "삼성전자 주식 한번만 살려주세요" 등의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의장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참석 주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주주 중시 경영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부회장은 "2025년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지만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며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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