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사상 최대 3.6조 유상증자 후폭풍..."경영진 중대 결단" vs "주주 피해 우려", 한화주 줄줄이 급락

한화에어로, 20일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 발표 시장 "투자 필요성 공감...다만 주주보다 회사 이익 우선" 글로벌 방산 시장, 메이드 인 유럽 정책 확산 한화에어로 "현지 생산 시설 구축, JV설립에 자금 활용"

2025-03-21     황재희 기자
한화그룹 사옥 [사진=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3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따른 주주들의 반발을 딛고 미래 성장 전략을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시장은 한화에어로가 보유현금과 투자여력이 충분한데도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가치 희석으로 손해가 가는 유상증자를 감행한 것에 대해 아쉽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결정은 국내 기업이 실시한 유상증자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이같은 유증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화에어로는 물론이고 한화그룹주가 줄줄이 급락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주식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 대비 13.02%(9만4000원) 떨어진 62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고, 한화(-12.53%), PLUS한화그룹주(-6.41%), 한화시스템(-6.19%), 한화솔루션(-5.78%) 등 그룹주 대부분이 약세로 거래를 마쳤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가 전날 밝힌 대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 시장내 의견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전날 한화에어로는 총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자금은 글로벌 방산 정세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현지 생산 거점 구축, M&A(인수합병)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에서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방산 시장에서 메이드인 유럽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어 현지 생산 시설 구축, JV(조인트벤처) 설립 등 투자가 시급하다"라며 "지금이 아니면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경영진이 중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이같은 한화에어로의 결정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시장은 기존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입게 되는 게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화에어로가 주주들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21일 낸 방위산업 보고서에서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고 납득 가능하더라도 대규모의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라며 "투자계획이 2030년까지 5년이라는 기간을 감안했을 때 향후 유입될 현금에 더해 회사채 발행도 적정 규모로 병행했다면 유증 규모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결 영업이익 3조5000억원과 이후의 꾸준한 이익으로 투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자금조달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택한 것은 아쉽다"라고 의견을 냈다.

반면 한화에어로는 이같은 시장의 우려에도 재무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투자 자금 단기 조달을 위해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 했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는 방산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유상증자에 따른 자금 조달과 적시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시장에서도 지난해 한화에어로가 10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유상증자를 단행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로 추가로 신규 주주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변 연구원은 "회사 입장에서는 시장의 질책을 일부 감수하고서라도 높은 주가를 최대한 활용해 주주이익보다는 부채비율 최소화 및 이자비용 절감 등 회사의 이익을 더 우선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도 "그간 급등한 주가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신규 투자자에게는 다시없을 진입 기회"라고 의견을 보탰다.

문제는 한화에어로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감행할만큼 지난해 수익성과 현금흐름 등 투자여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조2462억원, 1조72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5%, 190.2%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연결기준 22조8600억원으로 직전년도  9조원 가량보다 2배 넘게 늘었다.  

한화에어로 역시 이번 유상증자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반발과 시장의 우려를 예상한 듯 전날 향후 투자계획과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유상증자로 조달받는 3조6000억원의 세부 자금용도를 살펴보면 시설자금 1조2000억원은 국내추진장약(MCS) 스마트팩토리 구축 6000억원, 무인기 엔진개발 및 양산시설구축 3000억원, 사업장 설비 및 운영 투자 3000억원으로 분류된다.

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2조4000억원은 해외 방산 생산능력 구축 1조원, 동유럽 천무 현지생산 JV(합작법인) 2500억원, 사우디 방산협력 JV 3500억원 및 해외 조선업체 지분투자 8000억원으로 나뉜다.

이를 통해 10년 후인 2035년까지 지난해 매출의 약 7배인 70조원의 매출로 외형을 키우고 영업이익도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의 매출 비중 중 가장 큰 지상방산에선 매출 35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화에어로의 현금흐름 측면에서 점진적 투자시 대규모 유상증자가 반드시 필요하진 않지만 조기투자에 따른 시장선점 등 기대효과가 큰것으로 판단한듯 싶다"라며 "다만 신주발행에 따른 주식발행수 증가로 주가 하락 우려는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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