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과 레이쥔의 만남... '어제의 적이 내일은 동지, 삼전·샤오미 전기차 사업 손잡나'
이 회장 22일 샤오미 자동차 공장 방문, 레이쥔 회장 만나 양사간 협력방안 논의 중국발전포럼 23일 개막, 전세계 글로벌 기업 CEO 80여명 참석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하는 중국발전포럼(CDF)이 23일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CDF는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매년 글로벌 기업 대표들을 만나 직접 투자 유치에 나서는 행사다.
특히 올해 CDF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을 비롯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 기업 CEO가 한 곳에 모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발전 동력의 전면적 발산, 세계 경제의 안정적 성장 공동 촉진'을 주제로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국빈관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해외 재계 인사 79명이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이 중국발전포럼을 찾는 것은 재작년에 이어 두 해 만이다.
이번 행사에는 이 회장뿐만 아니라 팀쿡 애플 CEO AMD와 퀄컴, 브로드컴, 시놉시스, 화이자, 페덱스 등 미국 기업, 메르세데스-벤츠, BMW, 보쉬, 지멘스, 아람코, 카길,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기업 CEO들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행사에 앞서 22일 샤오미 자동차 공장을 찾아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만나 양사간의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가전 등에서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샤오미는 최근 전기차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이 예상된다.
특히 두사람의 회동 장소가 샤오미의 베이징 전기차 공장이란 점에서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 협력’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샤오미는 전기차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차량용 부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 시장에서 경쟁 관계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샤오미가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최근 샤오미는 지난해 1년 전보다 50% 이상 늘린 에어컨 680만 대를 출하하는 등 가전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샤오미가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삼성으로서는 놓쳐서는 안되는 경쟁사이자 고객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첫 전기차인 SU7을 출시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샤오미는 올해 전기차 인도 목표량을 기존 30만 대에서 35만 대로 늘려 잡았고 2027년부터 해외 자동차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경제기구 인사로는 존 소튼 아시아소사이어티 이사장과 션 스타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장, 스티븐 올린스 미중관계전국위원회장, 존 노이퍼 미국반도체협회 대표가 참석했고, 한국에선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해에 이어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포럼은 주제별 심포지엄과 비공개 심포지엄으로 구성된다.
참석자가 미리 공지된 주제별 심포지엄은 ▲ 거시 정책과 경제 성장 ▲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신품질 생산력 발전 ▲ 빅헬스산업 고품질 발전 ▲ 글로벌 산업·공급망 협력 ▲ 인구 구조 변화의 도전과 기회 ▲ 경제 세계화 추세와 제도적 개방 확대 ▲ 인공지능(AI)의 호혜롭고 포용적인 발전 ▲ 소비 진작과 내수 확대 등을 다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올해 춘제(설날)를 전후해 중국 경제에는 일련의 경이로운 현상이 나타났다"며 "'항저우 육룡'(杭州六小龍) 등 스타트업을 대표로 하는 과학·기술 진전이 끊임없이 샘솟아 혁신·창조의 거대한 힘을 보였다"고 말했다.
'항저우 육룡'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를 기반으로 하는 딥시크(DeepSeek) 등 6대 신생 테크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리 총리는 올해 중국이 목표로 삼은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이고 역할을 하는 거시 정책을 실시하고, 역주기조절(逆周期調節·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으면 금리 인하 등으로 완화하고 상승세가 과열되면 열기를 식히는 거시경제 정책)의 강도를 높이며, 필요시 새로운 증량정책(확장적 재정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기업의 혁신·창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현재 세계 경제는 파편화가 심화하고 불안정성·불확실성이 상승해, 국가가 시장을 개방하고 기업이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함께 리스크를 누르고 공동번영을 실현하는 것이 더 필요해졌다"며 "우리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칙 아래에서의 공평 경쟁을 주창하면서 자유무역과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을 수호하고 기업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외자기업이 중국 시장에 깊이 융합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 꼽히는 스티브 데인스(공화·몬태나) 상원의원이 참석해 리 총리와 인사를 나눴다. 지난 20일 베이징에 도착한 데인스 의원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미국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고위급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인스 의원은 2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매우 중요한 회담이 될 다음 단계를 주선하고 준비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며 중국 당국자들을 만났을 때 미중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거론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데인스 의원이 미국 정부와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중 무역 갈등 속에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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