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일의 IT직설] “중국이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착각
【뉴스퀘스트=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발전포럼(CDF)이 열리고 있다.
중국발전포럼(CDF)은 중국 국무원 발전연수센터가 매년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국제행사다.
중국정부 최고위급 관리가 참석하고,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 중국경제발전 방향 및 세계경제에 대해서 논의하는 국제포럼이다.
올해는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이후 관세전쟁의 와중이어서 이 포럼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2년 만에 중국발전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삼성 이재용 회장의 공개행보는 큰 관심사중 하나다.
'사즉생(死卽生·죽기를 각오하면 살 수 있다)'이란 고강도 쇄신 메시지를 낸 지 일주일 만에 글로벌 인재 관리 및 접촉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에는 샤오미 전기자동차 베이징공장을 방문,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만나 전기차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분야에서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잠행수준의 중국방문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양새다.
이 회장은 일주일 정도 중국에 머물면서 중국과의 사업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및 제조역량은 이제 세계수준급이다.
샤오미의 예를 들어보자.
한때 샤오미는 ‘중국대륙의 실수’라고 폄하되기도 했다.
기존 제품대비 20%의 가격으로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카피캣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현재 샤오미는 중국에서 벤처 생태계의 혁신자로 불린다.
우선 경영에서 5%의 순이익율을 지향하고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선순환 생태계를 위해 투자한다.
그리고 투자한 기업에는 경영간섭을 하지 않고 샤오미 중심의 생태계 조성에만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이 생태계에 참여하기 위해 벤처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런 흐름이 순방향으로 작동하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샤오미의 혁신적인 사고가 시장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디자인에 대한 집념이다. 디자인에 대해서만은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게 샤오미의 원칙이다.
성능은 비슷한데 가격 경쟁력이 있고 디자인까지 뛰어나니 시장에서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중국 제조업은 1978년 개혁개방이후 한동안 카피캣 수준에 머물렀다. 내수시장을 개방하면서 외국자본이 들어와 제조업 기반이 만들어졌다. 세계 공장으로 부상한 것도 카피캣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제조강국 2025’라는 정책 아래 반도체, AI,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독자적인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15년의 노력 끝에 이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단순 조립을 뛰어 넘는 핵심기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자국 내 선순환적 공급망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는 더욱이 미국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대표되는 기업들은 AI를 비롯해서 빅데이터, 클라우드, 첨단 반도체개발 등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세계 최상위 기업으로 올라서고 있다.
이제 세계가 중국인터넷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경쟁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선 엄청난 시장규모이다.
휴대폰 사용인구만 13억명 이상이다. 매년 11월11일 광군제때 알리바바의 경우 무려 13억건의 인터넷 주문이 몰린다.
우리가 상상하는 시장규모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전무후무한 중국만의 경영사례 축적을 통해 중국이 만들면 세계표준이 된다고 생각할 정도다.
과거처럼 해외 자본에 끌려 다니지 않고 자국중심의 산업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해 한국과 일본의 중간재 수입을 통해서 완제품 수출하는 구조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
이미 미국과 대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된 중국은 제2기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 압박에도 그리 초조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중국전기차제조업체인 BYD가 충전 5분 만에 400킬로미터 이상을 주행하는 전기차를 선보였다.
중국첨단기술이 가성비를 넘어서는 세계최고의 기술력이다. 더 이상 카피캣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IT업계 출신 정치인이 중국 딥시크 AI 출시이후 언론에 “중국이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AI업계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말이다.
중국 정부는 첨단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예상을 초월하는 전폭적인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 관련 부처가 모두 나선다.
이런 중국 정부의 지원체제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섣불리 하기 어려운 코멘트다.
그러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최근 미국 상공회의소가 본국에 리포트한 것처럼 한국에는 예측하지 못하는,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입법을 통한 규제가 널려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본과 유능한 인재 확보 말고도 정치권과도 끊임없이 싸워야한다.
결코 중국이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를 외면한다면 현실을 모르는 대단한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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