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1분기 실적 선방에도 트럼프발 관세에 앞날 캄캄

가전·스마트폰 생산기지 베트남 등 관세율 높아 타격 증권가 "美 소비심리 위축, 전자제품 수요감소 진행중"

2025-04-08     황재희 기자
미국 뉴저지 소재 LG전자 북미법인 빌딩. [사진=LG전자 미국 뉴스룸]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내외 불확실한 사업환경에도 1분기 실적을 선방했지만 2분기에는 관세 영향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해온 스마트폰과 LG전자의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은 미국 수출 비중이 높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미국 매출은 약 61조원으로 국내 시장의 3배, 유럽의 2배 규모였다. 같은 기간 LG전자 미주 지역 매출도 22조9000억원으로 유럽의 1.5배 이상에 달했다.

양사 모두 미국의 상호관세 타격을 줄이기 위해 공급망 유연화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호관세율이 높은 동남아에 생산기지의 대부분이 위치해 있어 관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발 관세로 인해 2분기 실적 관련 고민이 깊다. 

올 1분기 LG전자는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과 에어컨 등으로만  합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전체 영업이익의 80% 가량을 가져갔다. B2B(기업과소비자간거래) 가전 제품이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우려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1분기 가전제품을 담당하는 HS사업부에서만 67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에어컨과 공조기를 담당하는 ES사업부도 33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2% , 11% 수익성이 개선됐다. 

다만 2분기에도 해당 사업부의 수익성이 보장될지는 불확실하다. LG전자 매출을 견인하는 가전제품과 TV는 북미 매출 비중이 각각 30%, 20%를 차지하는데 이중 냉장고와 TV는 관세 영향이 덜한 멕시코 보다 아시아 등지의 생산비중이 높아 관세로 인한 타격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박형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8일 보고서에서 "LG전자의 1분기 실적은 성수기 효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최근 기대치인 1조3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라며 "LG전자는 미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 중 한 곳으로 냉장고와 TV 등은 관세 우려에 노출돼 있는 등 거시적 수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고의영 iM증권 연구원도 LG전자 보고서를 통해 "관세로 인한 미국의 소비심리 위축과 가처분 소득 감소 가능성이 잠재 위험으로 이미 미국의 소비심리와 전자제품 소비는 부진하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가전, TV와 같은 경기소비재는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 관세로 인한 실적 걱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가전보다 실적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스마트폰은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반면 생산 기지가 아시아권에 있어 상호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15%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모바일경험)사업부의 영업이익이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수익성의 53% 가량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1분기 실적을 견인한 갤럭시S25 출시 효과가 2분기에는 사그라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에도  전체 영업이익 6조6060억원중 3조5100억원을 MX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에서 거뒀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53% 수준이다.

반면 신작 스마트폰 효과가 감소한 지난해 2분기에는 해당 사업부 영업이익이 전체의 26.1%의 비중으로 크게 줄었다.

올 2분기 역시 스마트폰 비수기인데다 트럼프의 관세 효과로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 3국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생산 비중이 80~90%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는 각각 46%, 32%, 26% 의 상호관세가 적용되는 국가다.  

당장 상호관세에서 제외된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경우도 안심할 수 없다. 반도체 전방사업인 스마트폰, PC 등 IT 제품에 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에도 품목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터라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에서 반도체 품목은 직접적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반도체가 중간재임을 고려할 때 최종 제품에 관세가 부과됨에 따른 간접 영향은 불가피하다"라면서도 "다만 레거시(구형) 반도체 가격은 지난 두개 분기 동안의 하락을 끝내고 이제 상승의 초입에 있어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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